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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마선언에 드러난 윤석열의 외교안보 인식

2021.06.30 16:54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출마 선언을 마친 뒤 단상을 내려오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출마 선언을 마친 뒤 단상을 내려오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선 출마선언을 알린 29일 기자회견은 대부분 국내 현안에 대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지만 외교안보 분야에 대한 언급도 곳곳에 포함돼 있다. 아직 원칙과 방향이 명확하게 정리된 것은 아니지만 외교안보 분야에 대한 윤 전 총장의 기본 인식을 드러내는 부분이 적지 않다. 특히 그의 외교안보 인식의 출발점은 ‘반(反)문재인’이라는 점이 두드러진다.

윤 전 총장은 천안함 사건, K-9 자주포 폭발사고 피해자 청년들을 언급하면서 연설을 시작했다. 그는 “저 윤석열은 대한민국을 만들고 지킨 영웅들과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대선 출마를 알리는 연설 첫머리에서 이 같은 언급을 한 것은 안보관을 확실히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보수층의 지지를 필요로 하는 대선 주자로서 분명한 안보관을 보여주는 동시에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화를 노린 것으로 해석된다.

윤 전 총장은 또 미·중 대결이 상당 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는 현재의 국제질서에서 확실하게 미국 편에 서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그는 “국제 사회는 인권과 법치,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 사이에서만 핵심 첨단기술과 산업시설을 공유하는 체제로 급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 사회에서도 대한민국이 문명국가의 보편적 가치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분명한 입장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언급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추구하는 대외 전략 방향과 일치하는 내용들이다. 민주주의의 가치를 공유하는 우방국들을 중심으로 세계경제 질서를 재편하고 중국이 이에 따라올 수 밖에 없는 압도적인 규범을 정립하겠다는 미국의 입장에 호응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한 ‘문명국가의 보편적 가치’는 인권과 민주주의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역시 중국 인권 문제에 분명한 문제 제기를 하고 있는 미국과 뜻을 같이 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역대 정부가 유지했던 미·중 사이에서의 ‘전략적 모호성’을 벗어던지고 분명한 입장을 드러낼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윤 전 총장이 비교적 구체적으로 언급한 외교안보 사안은 일본 문제다. 한·일 관계에 대한 일본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온 언급이다. 윤 전 총장은 “외교는 실용주의, 실사구시, 현실주의에 입각해야 하는데 이념편향적 죽창가를 부르다 여기까지 왔다”며 문재인 정부의 대일정책을 강도높게 비난했다.

그는 이어 “이 정부 들어 망가진 위안부 문제, 징용 문제 등과 안보협력이나 경제 무역 문제 등 현안들을 모두 다 하나의 테이블에 올려놓고 그랜드바겐을 하는 방식으로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후반기부터 이어져온 ‘대일 투트랙 전략’에 대한 명확한 반대를 의미한다. 하지만 이 말은 “한ㆍ일 관계는 과거사는 과거사대로 우리 후대가 역사를 정확히 기억하게 하면서, 미래 세대를 위해 실용적으로 협력해야 하는 관계”라는 자신의 말과 서로 충돌하는 의미를 갖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특히 그의 ‘그랜드바겐’은 자칫 과거사 문제를 정치와 타협하려 한다는 인식을 줄 수도 있다.

익명의 외교 안보 분야의 전문가는 “첫 연설과 질의응답을 통해 윤 전 총장의 외교안보 분야 식견과 원칙을 확인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면서도 “현 정부와 분명하게 각을 세우겠다는 뜻은 분명한데 아직 정리가 되지 않는 상태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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