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군

'할아버지가 하나회’라던 육군 초급간부 발언은 거짓

2021.07.16 06:05 입력 2021.07.16 09:39 수정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그렇군] '할아버지가 하나회’라던 육군 초급간부 발언은 거짓

요즘 군대는 군 관련 SNS(사회관계망서비스) 계정에 올라오는 글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느라 바쁘다.

지난 14일 페이스북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계정에는 “2020년에 임관한 장교가 ‘평소 할아버지가 하나회 소속이었던 군단장 출신’이라며 부대 내 간부들 사이에서 위화감을 조성하고 특히 몇몇 용사들에겐 ‘우리 할아버지가 군단장 출신이라 너 따위는 쉽게 징계 줄 수 있다’며 내 말 잘 들어라라는 협박을 일삼았다”는 글이 올라왔다.

제보자는 “본인의 할아버지가 ‘전두환 대통령에게 칼 받고 장군 됐다, 하나회 출신인데 김영삼 대통령에게 축출됐다’고 자랑하고 다닌다”며 “시대가 어느 때인데 아닌 소리를 이렇게 당당하게 하고 다니는지, 부대는 왜 이런 인원을 감싸주는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제보 글에 나오는 장교는 강원 철원군 육군 3사단에 근무하는 A 소위였다. 제보자는 “A 소위가 병사들에게도 ‘너 따위는 쉽게 징계 줄 수 있으니 말 잘 들어라’라는 협박도 일삼았았고, 선배 장교의 방에서 몰래 흡연과 음주를 했다가 혼나자 앙심을 품고 (선배 장교들에게) 욕설과 폭행을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제보글에 따르면 당시 A소위는 “군생활 다 X까고, 할아버지와 삼촌을 부르겠다” 식의 발언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을 알린 제보자는 “6월 30일 전역한 예비역으로 혼자 묻고 갈 수 있지만, (앞으로) 군 생활을 할 병사와 간부들, 그리고 군의 미래를 위해 제보한다”고 밝혔다. 그는 “부대는 왜 이런 인원을 감싸주는지 모르겠다”며 “이런 인원이 포대장, 혹시나 대대장까지 한다고 생각하면 그 밑에 있는 사람들이 받을 고통이 크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육군은 즉각 진상 조사에 나섰다. 제보자가 올린 글의 내용은 1년 전 일이었다. A 소위는 코로나19 지침 위반과 선배 장교에 대한 불손한 행위가 식별돼 지난해 8월 복종 의무 위반으로 사단 징계위원회에서 징계처분(감봉1월)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이때문에 올해 중위 진급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소위는 15일 육군 감찰조사에서 “할아버지가 하나회”라고 말한 사실이 없다고 전면 부인했다. 육군은 그의 조부가 민간인으로, 30여년 전 사망한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A 소위와 같이 근무했던 몇명은 그가 실제로 “할아버지가 하나회”라고 말하고 다녔다고 증언했다. 육군 관계자는 “본인이 ‘할아버지가 하나회’란 발언을 극구 부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육군 영관 장교 B씨는 “요새는 일선부대 지휘관들이 아침, 점심, 저녁으로 ‘육대전’(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을 들여다보는 게 하루 일과가 됐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들은 ‘이대남’(이십대 남자) 표심을 의식한 청와대 지시로 육대전과 같은 군 관련 계정에 올라오는 글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해주고 일일이 댓글을 달고 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