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후보의 '신(新) 색깔론'

2021.12.13 17:17

[기자메모]이재명 후보의 '신(新) 색깔론'

이재명 더불어 민주당 대선 후보가 최근 문재인 정부의 임기말 외교안보 분야 최대 역점 사업인 ‘종전선언 추진’에 대해 언급하는 경우가 부쩍 많아졌다. 대선 후보가 국가안보 관련 사안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이다. 하지만 이 후보의 종전선언 발언은 매우 부적절하고 부당하다. 이 문제를 지나치게 정략적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발언은 국민들에게 종전선언이 갖는 의미를 설명하고 지지를 구하려는 목적보다 종전선언에 부정적 입장을 가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공격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후보는 지난달 25일 한국일보 코라시아포럼에서 “어떤 정치적 이유를 들어서라도 종전선언 자체를 막아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지난 9일 김대중 노벨평화상 21주년 기념식에서는 윤 후보에게 ‘종전선언 재검토’를 직접 요구하기도 했다. 이어 이 후보는 지난 10일 경북 칠곡의 다부동전투 전적 기념관에서 “일본이 그런 태도를 취하는 건 이해할 수 있지만 대한민국 정치인이 종전을 위해서 노력하진 못할 망정 종전 협정, 정전의 종결을 반대하는 게 말이 되겠느냐”며 “친일파 해도 좋으나 그 친일의 결과가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협하고 국익을 해친다면 그건 반역행위”라고 말했다.

전쟁을 끝내고 평화로 가자는 말에 동의하지 않을 국민은 없다. 하지만 종전선언에 그런 의미만 들어있는 것은 아니다. 한반도의 복잡한 현실과 북한의 핵능력, 주변 강대국들의 역학관계 등이 층층히 얽혀 있다. 많은 사람들이 종전선언 추진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종전선언에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국민들은 종전선언 자체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문재인 정부의 종전선언 추진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이 후보는 이런 전후 맥락을 거두절미하고 ‘종전선언에 반대하면 친일파이며 반역자’라는 황당한 논리를 펴고 있다.

종전선언은 평화를 위한 것인데 왜 막느냐는 단순 논리로 접근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종전선언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가진 국민을 친일파, 반역자로 몰아세우는 이 후보의 행태는 전형적인 ‘프레임 씌우기’이자 국민의 수준을 얕잡아보는 불량한 선거전략이다. 안보문제를 갖고 상대편에게 프레임을 씌우는 행태는 과거 수구세력들이 ‘빨갱이 몰이’를 할 때 단골로 써먹던 수법이다. 그 지긋지긋한 빨갱이 타령과 색깔론이 이제 좀 잦아드는가 싶었는데 언필칭 진보층의 대통령 후보가 똑같은 방식으로 역공을 가하고 있으니 ‘한국 사회에서 시대를 역행하는 유일한 분야가 정치’라는 말이 실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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