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결의안 ‘동참’, 우크라인권결의안 ‘기권’···윤석열 정부의 ‘스텝 꼬인’ 가치외교

2022.11.17 19:06 입력 2022.11.17 19:35 수정

지난 10월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 모습.  연합뉴스

지난 10월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 모습. 연합뉴스

북한 인권문제를 규탄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이 16일(현지시간) 18년 연속으로 인권문제를 다루는 유엔총회 제3위원회를 통과했다. 이번 결의안에는 2020년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2019년 탈북어민 강제 북송 사건 내용도 담겼다. 한국 정부는 2018년 이후 4년 만에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했다. 인류보편적 가치인 인권 문제에 분명한 태도를 보이겠다는 정부의 방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한국은 같은날 제3위원회에서 진행된 ‘크림자치공화국 및 세바스토폴 인권 결의안’ 채택 표결에서는 기권표를 던졌다. 이 결의안은 러시아의 2014년 크림반도 강제병합과 올해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인권침해를 규탄하는 내용으로 이뤄져있다. 미국·일본·프랑스·영국·독일·호주·캐나다 등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국가들이 모두 찬성했지만 한국은 이들과 ‘연대’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자유·민주주의·인권의 가치를 지향하는 윤석열 정부의 이른바 ‘가치외교’가 같은 인권 사안에 대해 선택적으로 기준을 적용했다는 비판을 받게 됐다.

외교부 당국자는 크림·세바스토폴 인권결의안 기권 배경에 대해 “결의안에 정치·군사적 내용이 폭넓게 담겨 있는 회색지대가 있는 결의안”이라며 “2016년 첫 채택된 이후 찬성국가보다 기권국가가 더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권결의안은 흑백으로 나눠서 찬반을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며 “우리가 추구하는 ‘글로벌 중추 국가’ 지향이 흔들리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 결의안에는 78개국이 찬성했으며 14개국이 반대했다. 기권은 79개국이었다. 기권이 찬성보다 1표 더 많은 것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러시아의 영향력을 의식한 나라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한국은 앞서 지난달 31일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서 중국 신장·위구르 지역 인권 탄압을 규탄하는 성명이 채택했을 때 동참하지 않았다. 북한에 적용되는 인권 기준이 중국·러시아에는 적용되지 않은 셈이다.

국제무대에서 한국의 위치, 경제·안보적 현실을 감안할 때 한국이 신장·위구르 인권 규탄성명에 동참하고 크림·세바스토폴 인권결의안에 찬성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윤석열 정부가 ‘가치 외교’를 대외정책의 기조로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글로벌 중추국가’를 지향하고 자유·민주주의·인권·법치 등의 가치를 기반으로 자유민주주의 국가들과 연대하는 외교를 펴겠다고 공언해왔다. ‘가치 외교’ 기조는 미국의 대외정책에 적극 협력하는 명분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강대국의 이해관계가 걸린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그동안의 언행과 달리 ‘현실적인 선택’을 해야하는 상황에 자주 몰리고 있다. 국제무대에서 일관된 행동으로 뒷받침하기 어려운 ‘가치 외교’를 대외전략의 원칙으로 전면에 내세웠을 때부터 예견됐던 일이다.

가치 지향적 외교를 원칙으로 내세운 이상 강대국의 이해관계나 중대한 국익이 걸린 문제에서는 현실적 선택을 해야 하는 ‘스텝이 꼬이는’ 상황은 앞으로도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일이 반복되면 윤석열 정부가 지향하는 가치 외교의 방향성이 흔들리는 것은 물론 국제적 신뢰도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