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대위 쇄신 내건 이재명 "민주당의 이재명 아닌, 이재명의 민주당"

2021.11.21 19:52 입력 2021.11.21 21:16 수정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이 2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이 2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1일 전면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쇄신에 나선 배경에는 이대로라면 지지율을 반등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이 후보는 이날 당으로부터 선대위 재구성의 전권을 넘겨받았고, 내로남불 민주당이란 지적에는 대국민 사과를 하며 당의 혁신을 강조했다. 이 후보는 실무자와 2030세대 중심으로 선대위를 재구성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선대위의 방향 전환이 실제로 얼마나 현실화될지, 그리고 후보 지지율에 영향을 줄 정도로 효과를 발휘할지는 미지수이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이 후보에게 선대위 인사와 쇄신에 관한 전권을 위임하기로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상임선대위원장을 맡은 송영길 대표는 의총 직후인 오후 6시 기자회견을 통해 “저를 포함해 선대위 전체 구성에 대한 권한을 이 후보에게 위임하고 후보가 판단할 수 있도록 결정했다”고 말했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전체 의원들이 기득권이라는 권한은 내려놓고 대선 승리를 위해 당에 대해 지는 임무만 갖고 백의종군의 심정으로 모든 일을 다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모았다”고 밝혔다.

비공개로 진행된 의원총회에선 당 지도부와 선대위에 대한 쇄신 요구가 터져나왔다. 황운하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민주당은 급속히 꼰대화되어가는데 당 상층부에는 오히려 관료주의가 싹트고 있는 게 아닌지 경계해야 한다”면서 “정풍운동 수준의 대대적인 당풍쇄신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후보 빼고 다 바꿔야 한다”고 적었다. 일부 의원들은 의총에서 지역위원회 활성화, 의사결정 과정 효율성 제고, 조직 슬림화의 필요성을 제안했다. 또다른 의원은 소속 의원들 전원이 모두 지역으로 내려가 선거운동을 하자고 제안했다.

중진급 공동선대위원장들도 잇달아 사퇴를 선언했다. 이광재 의원은 이날 “강을 건너면 타고 온 배는 불살라야 한다”면서 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김영주 의원도 “원팀 선대위를 꾸렸지만 지금처럼 느슨해서는 승리할 수 없다”면서 사퇴를 선언했다. 김두관 의원은 전날 “날렵한 선대위, 일하는 선대위를 위해 공동선대위원장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이날 의총 직후 자신의 SNS에 “기득권을 모두 내려놓고 대선승리를 위해 백의종군하시겠다는 의원님들의 의지를 받들어 조속히 쇄신 방안을 만들어 집행하고 국민 여러분께 보고 드리겠다”고 화답했다. 선대위 쇄신 방안에 관해 “‘민주당의 이재명’이 아니라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전날에는 ‘당의 내로남불 이미지’, ‘겸손함과 절실함이 없다’는 비판을 소개한 뒤 “왜 국민의 신뢰를 잃었는지 제 자신부터 먼저 돌아본다”고 밝혔다.

이 후보와 민주당이 선대위 쇄신 카드를 꺼내든 이유는 이 후보 지지율 답보상태를 타개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당 관계자는 “대선 100일 전인 이달 말까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를 좁혀야 한다”고 말했다. 윤 후보가 중도 확장성을 고려해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를 선대위에 전면 배치한 것도 대선 패배 위기감을 더하고 있다. 또다른 당 관계자는 “국민의힘이 김종인 전 위원장을 수장으로 하는 비대위를 꾸린다면 우리도 비대위 설립 수준의 혁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선대위 전권을 위임받은 이 후보는 친이재명계 인사들이 주축인 ‘기민한 선대위’를 꾸리는 방향으로 인적 쇄신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무형 인사 중심의 별동대식 조직을 신설하는 방안도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위해 선대위 소속 중진의원들은 전면에서 물러나도록 하고, 20·30세대들을 선대위의 새 얼굴로 내세울 방침도 세웠다. 이 후보는 당장 22일 20·30대 청년들이 참여하는 제1차 ‘전국민 선대위’ 회의를 주재한다. 선대위 관계자는 “민주당 중심의 선대위에서 국민 중심의 선대위로 바꾸는 첫 행보”라고 했다. 다른 당 관계자는 “송 대표가 이 후보에게 선대위 개편에 대한 전권을 위임한 만큼, 상임선대위 회의는 보류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20·30세대의 외부 수혈이 이 후보와 민주당 의도대로 쉽게 진행될지는 지켜봐야할 문제다. 앞서 선대위가 이 후보의 취약층인 여성과 2030세대 인사의 영입을 위해 노력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송 대표를 포함한 중진의원들을 어느 수준까지 물러나게 할지를 두고도 이 후보의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한정 의원은 의총 직후 SNS에 “당 대표는 의원들을 안뛴다고 타박하고, 혼자 10여분 일장연설하고 ‘선대위 전권을 후보에게 일임하겠다’ 한다. 정작 자기 이야기는 없다”면서 송 대표를 비판했다. 그는 “의원들은 ‘뛸 준비가 되어 있고 뛰고 싶다. 그런데 어떻게 하라는 이야기가 없다’ 답답해 하는데, 당 대표는 ‘그럼 후보가 알아서 해봐라’라고 하는 소리로 들린다. 평소 ‘선당후사, 살신성인’ 강조하던 분 아니셨나”라고 했다.

이 후보 중심의 쇄신이 자칫하면 당내 통합을 훼손하는 역효과만 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한 이낙연계 의원은 이날 비공개 의총에서 “어렵게 원팀 선대위를 꾸렸는데, 목욕물만 버리면 될 것을 아기까지 버릴 필요가 있나”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중진의원은 “이 후보 스스로 ‘용광로 선대위’를 만들어 정치적 효과까지 거둬놓고 이제 와서 선대위를 질책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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