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5조 퍼주기’ 진실은···재탕·생색용 정부와 뻥튀기 비판 야당의 합작품

2024.03.13 16:22 입력 2024.03.13 16:50 수정

윤석열 대통령이 1월 25일 경기도 의정부시청 대강당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표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 크게 보기

윤석열 대통령이 1월 25일 경기도 의정부시청 대강당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표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총선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이 전국 순회 민생토론회를 하며 쏟아낸 정책 공약의 재원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민생 정책을 설명하는 자리라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지만, 지역 현안 해결이나 감세·규제완화, 개발 정책 발표가 토론회의 주된 콘텐츠로 자리잡으며 ‘누가봐도 총선용’이라는 비판이 비등하면서다.

야당에선 “지난 5일까지 진행된 17차례의 민생토론회에서 총 925조원에 달하는 퍼주기 약속이 이뤄지고 있다”며 “불법 관권 선거”라고 주장한다. 반면 대통령실은 “중앙재정이 투입되는 것은 10% 정도”라며 야당이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말한다.

경향신문은 13일 더불어민주당이 정리한 ‘대통령 민생토론회 약속 이행 관련 예산’ 내역을 분석해 누구 말이 맞는지 따져봤다.

기집행·민간투자 등 빼면 추가 재정은 50조 미만

민주당은 대통령 민생토론회 관련 약속 이행 예산이 925조~930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들 사업 가운데 지난해 대비 늘어나는 중앙정부 재정만 따져보면 실제 증액 규모는 교통격차 해소 30조원, 원전 연구·개발(R&D)지원 4조원, 제2대덕연구단지(3조4585억원) 건설 등 45조원 수준에 그친다.

이마저 실제 집행 실적에 따라 재정투입 규모가 결정되는 융자·금융지원 등을 포함한 것이어서, 실제 추가되는 재정 규모는 이보다 더 작아질 가능성도 있다.

이같은 현상은 정부가 민생토론회 과정에서 기존에 예산을 투입해 집행중인 사업과 증액, 신규사업, 민간투자 사업을 다 뭉뚱그려 ‘투자’로 포장해 내놨기 때문이다.

일례로 민주당이 꼽은 퍼주기예산 925조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사업은 지난 1월 수원에서 개최된 3번째 민생토론회에서 나온 622조원짜리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사업이다. 이 사업은 삼성전자가 500조원, SK하이닉스가 122조원을 투입해 경기 남부에 16개의 반도체 생산공장을 신설하는 사업이다.

당시 윤 대통령은 “경기 남부를 관통하는 세계 최대의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있다. 예상 투자 규모는 622조원”이라고 밝히면서, 정부 재정이 투입되지 않는 민간 사업이라는 부분은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다.

1차적으로 정부가 오해의 원인을 제공한 잘못이 크지만, 퍼주기 논란만 놓고 보면 민주당처럼 국가 재정이 투입되는 사업으로 분류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 민주당은 “민간이 투자한 내용을 대통령이 생색만 내고 있다”며 문제의 핵심이 재정 퍼주기가 아니라 생색내기라는 점을 알면서도 이를 ‘퍼주기 예산’에 포함시켰다.

정부 성과로 포장해 생색내기 한 대통령실

두 번째로 예산 규모가 큰 사업은 수도권 교통개선과 도심철도 지하화, 광역급행철도 도입을 약속한 ‘교통격차 해소 민생토론회’ 사업들이다. 민주당은 수도권 교통개선에 11조원, 도심철도 지하화에 80조원, 광역급행철도 4곳 68조원 등 총 159조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것으로 자체 추산했다.

이는 정부가 내놓은 총 사업비 134조원보다도 25조원 가량 많다. 정부는 전체 사업비중 국비와 지방비로 각각 30조원과 13조6000억원을 투입하고 나머지는 민간투자(75조2000억원)와 신도시 조성원가 반영(9조2000억원) 등에서 충당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중앙정부 재정 투입은 30조원에 그쳐 159조원의 예산을 책정한 민주당 분석과는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또 건설업계 유동성 공급 지원 85조원도 민생토론회 예산으로 분류했다. 하지만 유동성 공급의 기둥인 채권시장안정펀드(20조원),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자 보증(25조원) 등은 금융권과 공공기관을 통해 조성된다.

가덕신공항과 부산 북항재개발 예산 등 23조6702억원 역시 진행중이거나 이미 1차 사업이 완료된 사업들이라 새로 추진되는 정책이라 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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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한 분석 없이 비판에 몰두한 민주당

이처럼 민주당이 정부의 퍼주기 예산으로 분류한 사업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추가 재원이 투입되는 신규 사업보다는 과거에 재정투입이 이미 결정된 사업을 정부가 다시 소개해 재탕하거나 민간 투자사업을 끌어들여 정부 성과처럼 포장해 생색 낸 사례가 적지 않다. 정교한 분류보다는 민생토론회에 언급된 주요 사업을 모두 모아 ‘1000조에 육박하는 선거용 예산’이라는 비판 지점을 만드는 데에 몰두한 셈이다.

민주당은 금융기관이나 한전 등이 부담하는 소상공인 이자환급(2조4000억원), 전기요금 감면(2520억원) 등은 퍼주기 예산 리스트에 올리면서도, 정작 막대한 재정투입이 확실시되는 사업은 퍼주기 예산 리스트에서 빠뜨리기도 했다.

실제로 경향신문이 분석해보니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 각종 감세정책과 연간 최대 3조원 규모의 재원투입이 추가로 필요한 국가장학금 지급확대까지 고려하면 50조원을 웃도는 수준의 추가 재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온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선거를 앞두고 정부가 정부 재정과 민간투자, 융자사업, 기존 투자 금액까지 묶어서 마치 새롭게 재원을 투입해 지원하는 듯이 말한 자체가 문제”라며 “야당도 정부 발표가 얼마나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 인기영합적인 것인지를 정확하게 비판해야하는데,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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