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강제 아닌 자주적으로…북에 ‘명예로운 비핵화’ 명분 줘야”

2018.04.19 21:48 입력 2018.04.19 21:51 수정

정상회담 릴레이 인터뷰 ④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 명예교수

오코노기 마사오 일본 게이오대 명예교수가 19일 도쿄 에도가와구에 있는 한 커피숍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도쿄 | 김진우 특파원

오코노기 마사오 일본 게이오대 명예교수가 19일 도쿄 에도가와구에 있는 한 커피숍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도쿄 | 김진우 특파원

오코노기 마사오(小此木正夫) 게이오대 명예교수(73)는 “비핵화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북한이 명예로운 비핵화를 할 수 있도록 외부의 강제가 아니라 자주적으로 하는 식으로 명분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내 한반도 문제 권위자인 오코노기 교수는 19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압력이 100% 성공했으니까 압력을 더 강화하면 된다고 생각하면 위험하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외교노선을 전환한 것뿐만 아니라 생존전략을 수정하려는 것 같다”면서 “미국이 가장 강하게 요구하는 것을 받아들인 후 여러 조건들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비핵화를 확실히 실행하기 위해선 국제사회의 제재를 북한의 비핵화와 연결시켜 구체적인 행동만큼 국제 제재를 완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북한이 대화에 나선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북한은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뒤 돌연 신년부터 외교노선을 전환했다. 심지어 평창 동계올림픽을 이용, 남북대화를 선행해 북·미대화 실현을 정비하는 ‘선남후미(先南後美)’의 대화 노선을 시작했다. 이후 과정을 보면 계획적으로 대결에서 대화 노선으로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모든 게 북한 계획대로 진전된 것은 아니다. 미국과 국제사회 제재의 영향이 있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는 강력해서 북한이 2, 3년 뒤엔 견디지 못한다. 시간은 북한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북한의 선남후미 정책은 수년간 준비돼온 것으로 한·미·일의 최대한의 압력 정책에 의해 강요된 측면도 있다. 그 상승 효과가 사태를 급진전시켜 불가역적으로 만들었다.”

- 북한의 대화 공세를 ‘시간 끌기’ ‘미소 외교’라는 경계가 여전히 있다.

“한국에 약속했고, 미·중에도 약속했는데 그만하겠다고 할 수 있겠나. 이미 돌아갈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앞으로 갈 수밖에 없다. 김정은이 외교노선뿐 아니라 생존전략을 수정하려 한다는 가설을 갖고 있다. 전략 수정이 시작됐다면 어떤 전략이냐가 문제다.”

-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은 어떤 역할이 필요하나.

“문재인 대통령도 단순한 메신저가 아니다. 남북회담 결과가 북·미 회담에 대한 공동제안 같은 게 된다. 남북회담은 북·미 회담을 성공시키기 위한 작전회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떻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족시키느냐가 초점이 될 것이다. 그것 없이는 한반도 평화정착도, 남북관계 발전도 없다.”

- 한국 정부는 남북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 남북관계 발전을 들고 있다.

“첫번째가 제일 중요하다. 그게 성사되면 두번째, 세번째는 움직이는 거다. 옛날 그대로 북한이 행동할 거라 생각하면 안된다. 북한이 살아남기 위해 전략을 바꾼다면 아마 ‘병진’이란 말은 보기 어려워질 것이다. 경제 중심 노선으로 갈 것이다. 김정은은 조금씩 북한을 보통의 사회주의국가로 바꾸고 있다. 김정일시대가 아니라 김일성시대로 돌아가려고 하는 것이다. 김정은시대의 새로운 조선을 만들려는 것이다. 김정일과의 결별이라는 것이 김정은의 머릿속에 있는 게 아닌가 싶다.”

- 북·중 정상회담의 배경은 무엇인가.

“남북 공동으로 대미 관계를 개선하면 중국의 세력권이 없어지게 된다. 자기들 영향 밑에 있다고 생각해온 북한까지 ‘친미’적으로 되면 중국은 어떻게 되겠나. 김정은도 중국이라는 후원자가 있으면 교섭이 쉬워진다.”

- 북·미 정상회담을 어떻게 전망하나.

“북한이 대단한 양보를 하지 않을까 싶다. 트럼프의 환심을 사기 위해 미국이 가장 강하게 요구하는 걸 받아들이고 그 후 여러 조건들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측에서 가장 걱정하는 것은 본토에 도달하는 핵미사일이다. 이의 즉시 폐기가 합의된다면 정상회담은 대성공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트럼프는 국내에 ‘트럼프 외교’를 어필할 수 있다. 정상외교, ‘빅딜’을 좋아하고 국무부에 대해 불신하는 것이 트럼프 외교다.”

- 시리아 사례를 들면서 미국이 북한과 타협하지 않을 거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시리아에 미사일을 사용했다면, 반대로 북한에는 외교로 해야 한다. 실패 사례가 있다면, 성공 사례가 있어야 한다. 게다가 한·미와 미·일동맹도 위기적 상황에 처한다. 한·미동맹은 북한의 공격을 막아준다는 걸 보여주면서 전쟁을 억제하는 건데 예방적으로 전쟁을 하면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북·미 회담은 실패의 대가도 아주 크다. 남북도 ‘올인’이지만, 트럼프도 투자한 게 많다. 부동산처럼 ‘딜’이니까 성공해도 실패해도 대가가 크다.”

- 트럼프 주변에 강경파가 많다.

“강경파냐, 온건파냐로 판단하면 안된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나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온건과 강경의 문제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불신하느냐 아니냐가 기준이다. ‘트럼프 외교’를 받아들이느냐의 문제로 인사가 움직인다.”

- 비핵화를 어떻게 달성해야 하나.

“비핵화 과정에서 북한과 김정은의 명예를 훼손시키면 안된다. 북한이 강제적으로 핵을 폐기한다는 것은 용납 못할 것이다. 전략적으로 명예롭게 후퇴하도록 해줘야 하고 명분도 줘야 한다. 미국이 압력이 100% 성공했으니까 압력을 더 강화하면 된다고 생각하면 아주 위험하다. 협상이 결렬로 갈 수 있다. 비핵화 전체를 포괄 합의, 실시는 단계적으로 해서 북한의 명예를 살려야 한다. 다만 비핵화는 확실히 실행해야 한다. 국제사회의 제재를 북한의 국제적인 비핵화로 연결시켜야 한다. 구체적인 비핵화를 실시한 만큼 제재를 완화하고, 그렇지 않으면 완화하지 않는 것이다.”

- 북한이 이번에는 정말 핵을 포기할 수 있다고 보나.

“북한이 지금까지 비핵화 약속을 깼기 때문에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시각은 옳지 않다. 북한이 약속을 깨기도 했지만 미국도 정부가 바뀔 때마다 앞 정권의 정책을 뒤집었다. 서로가 안 지켰다. 북한이 완전히 핵을 폐기할지에 대해선 당장 답을 낼 수는 없다. 하지만 전략을 수정하고 있지 않은가. 잘 대응하면 그쪽으로 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북한이 제일 인정하고 싶지 않은 불편한 진실은 지금 체제가 유지될 것인가다. 외교로 살아남으려면 지금이 기회다. 앞으로 더 이상 기회가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놓쳐서는 안된다. 젊은 김정은은 30년 후에도 살아남지 않으면 안된다. 외교력을 발휘해 그 조건을 만들 기회는 지금밖에 없다.”

- 과거 비핵화 실패의 경험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김정은이 ‘체제 안전이 보장된다면’이라고 말하지 않았나. 살아남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안 할 거다. 확실한 비핵화를 위해선 한국 역할도 중요하다. 비핵화는 남북의 공존을 구축하는 과정이다. 상호 의존관계가 구축되면 비핵화 가능성이 높아진다. 북·미 회담 후 남북이 다시 만나서 그걸 정례화하는 노력을 하면 된다. 북·미 간 중재를 계속하지 않으면 안된다.”

- 최근 ‘재팬 패싱(일본 배제)’ 지적이 있는데.

“일본 정부가 사태를 전혀 예측하지 못하는 바람에 당황하고 있다. 하지만 북·미 회담이 이뤄지면 일본은 따라갈 수밖에 없다. 중·단거리 미사일과 납치 문제는 일본이 직접 협상해서 얻어야 한다. 북·일관계 정상화와 바꿔 두 문제를 최종적으로 해결하는 거다. 일본의 경제협력이 북한의 경제부흥에 기여해 비핵화를 확실히 할 수도 있다. 그걸 위해선 아베 총리가 평양에 가야 한다. 다만 여기에 영향 주는 게 북·미 합의다. 비핵화와 북·미 국교정상화가 세트로 된다면 일본으로선 어려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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