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대선 부담… 한나라 압박에 감세철회 ‘백기’

2011.09.07 22:02

정부와 한나라당이 7일 법인세와 소득세 최고구간의 추가감세 철회를 결정한 막후에서는 당정 간 팽팽한 힘겨루기가 있었다. ‘MB노믹스’의 상징인 감세 노선을 포기한 배경에는 한나라당의 강한 압박과 금융위기에 따른 재정건전성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추가감세에 대한 한나라당과 정부의 입장은 합의 직전까지 충돌을 계속했다. 한나라당은 지난 6월 의원총회를 통해 추가감세 철회를 결정한 후 일관되게 감세철회를 요구했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부자감세’란 비판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실제 당내 원내지도부 경선에서 감세철회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황우여 원내대표와 이주영 정책위의장 등은 주요 당정 협의가 있을 때마다 정부의 감세철회 수용을 촉구했다. 지난 6월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취임 후 첫 번째 당정회의에서 이 의장과 김성식 정책위부의장은 “더 이상 감세 이야기를 꺼내지도 말라”고 못을 박았다. 홍준표 대표도 지난 7월 취임 후 첫 고위당정회의에서 “당의 입장은 정해졌다. 앞으로 정부에서 다른 소리가 나오지 않게 해달라”고 주문했다. 이후에도 정부의 버티기가 계속되자 이 의장은 지난달 말 실무당정회의에서 “앞으로 고위당정회의는 추가감세를 들고 오면 논의를 안 하겠다”고 최후통첩을 했다.

정부의 입장도 완고했다. 박 장관은 지난달 22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감세기조는 변함이 없다”고 밝히며 추가감세를 일관되게 주장했다. 정부는 감세에 따른 투자확대 등 ‘낙수효과’가 있다는 근거를 들었지만, 이면에는 감세정책이 이명박 정부 경제정책의 핵심기조라는 판단이 깔려 있었다. 감세를 철회하면 정부의 핵심 경제기조가 잘못됐음을 인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청와대도 감세기조는 유지하자는 입장이었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은 지난달 16일 감세기조는 유지하되 적용시점은 당과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내년부터 바로 감세를 적용하겠다는 정부와 아예 철회하라는 한나라당 사이에서 감세의 적용시점을 2013년이나 2014년으로 연기하자는 일종의 조정안을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차기 대통령 후보가 논의할 문제”라며 거부했다.

당의 입장이 완고하자 청와대도 결국 당의 손을 들어줬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참모들로부터 감세에 대한 당정의 입장차를 보고받고 ‘당의 이야기를 들어주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완고하게 버티던 정부가 법인세 최고구간을 둘로 나눠 중간구간만 예정대로 감세하는 수준에서 양보한 것은 결국 이 대통령의 최종 결단 때문이란 의미다.

이 대통령이 당의 요구를 수용한 데는 정치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치러야 하는 당에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뜻이다. 재정건전성 확보도 하나의 배경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 대통령이 최근 정치권의 ‘복지 포퓰리즘’을 비판하면서 그 근거로 재정건전성 확보를 제시한 상황에서 대기업과 부자들에게는 추가감세를 하겠다는 게 앞뒤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임 실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입장변화 배경에 대해 “당의 요구가 있었고, 최근 경제여건상 재정건전성을 확보하면서 경제상황 변화에 대응하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임 실장은 다만 “철회가 아니라 중단”이라며 “앞으로 여건이 되면 세부담을 낮춰주는 게 좋다는 정부의 기조는 유지된다”고 말했다. 현 정부 임기 내에 추가감세를 할 수는 없게 됐지만 감세가 필요하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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