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정국 돌출변수, 관건은 '여론'

2018.04.09 15:38 입력 2018.04.09 16:30 수정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취임식에서 자리에 앉으며 머리를 쓸어 넘기고 있다. 연합뉴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취임식에서 자리에 앉으며 머리를 쓸어 넘기고 있다. 연합뉴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정국의 돌출변수가 되고 있다.

남북정상회담, 개헌, 6·13 지방선거 등 굵직한 이슈를 마주한 4월 봄 정치권이 김 원장 논란으로 뒤덮이는 형국이다. 야 3당은 임명철회를 요구하며 고발 검토와 ‘김기식방지법’ 발의 등 반발 수위를 높였다. 청와대와 여당은 “무리한 정치공세”라며 강공 방어에 나섰다.

■한국당 김성태 “미국·유럽 동행 여비서는 9급 정책비서 아닌 인턴”

김 원장이 지난 8일 각종 의혹을 조목조목 반박했지만 논란은 확산일로다. 야당들은 9일 일제히 김 원장에 비판적 입장을 취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하루빨리 임명 철회를 하고, 김 원장이 검찰 수사를 받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오해를 살만한 혜택을 준 사실이 없다는 황당무계한 변명은 지나가던 소도 웃게 할 블랙코미디이자, 갑질 변명”이라며 “김 원장은 ‘갑질과 삥뜯기의 달인’으로, 변명이 아니라 검찰에 출두해 자술서를 써야 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 원내대표는 특히 김 원장이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예산으로 2015년 5월 미국·유럽을 방문한 것과 관련해 “당시 수행한 여비서는 9급 정책비서가 아닌 인턴 신분이었다”며 “이 인턴은 ‘황제외유’ 수행 이후 9급 비서로 국회 사무처에 등록됐고, 6개월만인 2016년 2월 7급 비서로 승진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 원장은 반박자료를 내고 “비서와 인턴을 구분하지 않고 소관부처별로 담당자를 두고 운영했다”며 “결원이 생길 때마다 주로 내부승진을 시켰고, 해당비서만이 아니라 다른 인턴도 정식비서로 승진했으며 기존비서도 결원이 생길 때마다 9급에서 7급, 7급에서 6급으로 승진시킨 것”이라고 밝혔다

김 원장 논란은 한국당에겐 오랜만의 단비다. 앞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아랍에리미트(UAE) 출장, 대우건설 특혜 매각 의혹, 김영철 북한 통일선전부장 방남 등을 놓고 벌인 대여투쟁마다 별다른 소득없이 실패만 해왔다.

한국당은 이날 장제원·정태옥 의원 등 당 대변인단이 총출동해 여론전을 시도했다. 한국당은 시중 여론이 김 원장에 유리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이날 오후 국회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은 “갑질 황제외유 김기식을 즉각 구속하라”, “여인턴 동반 황제외유, 온국민이 분노한다”, “국민무시 인사파탄, 문재인 대통령은 사죄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등 한국당 의원들이 9일 국회 의원총회에서 김기식 금감원장 사퇴를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등 한국당 의원들이 9일 국회 의원총회에서 김기식 금감원장 사퇴를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바른미래당 ‘김기식방지법’ 발의, 정의당 “해명이 진실에 부합하는지”

바른미래당 유승민 공동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임명한 참여연대 출신의 김 원장은 의원 시절 피감기관과 민간은행의 돈으로 외유를 다녀온 부패한 인사”라며 “김 원장은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는 만큼 문 대통령은 김 원장을 당장 해임하고 검찰은 이 사람을 수사해야 한다”고 몰아붙였다.

같은당 권은희 의원은 이날 ‘김기식방지법’이라며 명명한 부정청탁금지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공직자 등의 가족 등 사적인 이해관계자가 직무와 관련있을 경우 소속 기관장에 신고하거나, 고위공직자 임용·취임 전 3년 내 민간부문 업무 활동 명세서를 공개토록 했다. 또한 사적 이해관계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한 규모 이상의 금전 대차나 공사 등 계약 체결을 할 경우 기관장에게 신고하고, 공직자 등이 사적 이해관계자와 수의계약 체결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규정도 담았다.

민주평화당 조배숙 대표는 당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적폐의 전형”이라며 “청와대는 김 원장의 임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의당 추혜선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날선 개혁의 칼을 들어야하는 입장에서 뚜렷이 드러나는 흠결을 안고 제대로 직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가운데)가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가운데)가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 민주당 ‘강경 방어’, 일각에서는 회의론도

야권 반발에 비례해 여권의 방어 수위도 높아졌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김 원장이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예산으로 미국·유럽 출장을 다녀온 것을 “KIEP의 실패한 로비”라고 쓴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기사 쓸 게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발끈했다.

김 대변인은 “(조선일보가) 제가 한 얘기로 신문 1면 톱을 썼다”며 “‘실패한 로비’라고 한 표현은 부적절했다고 설명했는데도 말꼬리를 물고 늘어졌다”고 말했다. 또 “최소한 대변인이 배경 브리핑에서 자유스럽게 좀 거친 표현을 쓴 것을 물고 늘어지면서 기사를 쓰는 것은 상도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임명 철회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에서 “김 원장은 평소 소신이 있고 깐깐한 원칙주의자다. 우리도 확인한 바 김 원장은 과거 출장과 관련해 해당 기관에 특혜를 안 줬다”며 “혜택은커녕 불이익을 줬는데 어떻게 로비라고 부르냐”라고 반박했다. 또 “김 원장이 국민의 눈높이에 안 맞은 부분에 대해 사과한 마당에 야당이 무리한 정치공세를 이어가면 우리도 묵과하지 않겠다”면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청문회 과정과 같이 김 원장의 취임에 불편해하던 이들이 그를 낙마시키고 금융시장의 개혁을 좌초시키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한다”고 역공했다.

여권은 김 원장 ‘비토’를 일부 보수언론과 반개혁세력의 ‘정치공세’로 몰아가고 있다. 더 이상 밀릴 경우 여론전에서 김 원장을 방어할 수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전임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하나은행 채용비리 의혹으로 물러난 바 있는 것도 부담감을 더하고 있다. 만에 하나 김 원장까지 특혜 외유 의혹으로 사퇴한다면 문재인 정부엔 치명타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은 전날 한국당 해외 출장 사례를 소개하면 이른바 ‘물타기’도 시도했다. 한국당 소속 최경환·강효상 의원이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지원을 받아 2016년 7월30일부터 8월 4일까지 4박 6일 동안 영국 런던을 다녀왔다는 것이다.

민주당 일각에선 회의론도 있다. 특히 지방선거에 악영향을 주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도 읽힌다. 민주당 인사는 “점수 올리는 사람은 대통령 밖에 없고 나머지는 까먹고 있다. 잘 나갈 때 더욱 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장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한 도덕성 검증을 받는 자리가 아니다. 이미 김 원장은 대통령의 임명을 받아 현직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에 따라 김 원장의 ‘생존’ 여부는 여론 추이에 의해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여야의 여론전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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