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 김종인, 파국이냐 벼랑끝 전술이냐

2021.11.23 17:25 입력 2021.11.23 18:58 수정
심진용·유설희 기자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사무실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사무실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원톱’으로 내세우려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선거대책위원회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은 23일 “내 일상으로 회귀하겠다”며 선대위 합류를 사실상 거절했다. 윤 후보도 이날 “그 양반 말씀하는 건 나한테 묻지말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지난 5일 윤 후보 선출 후 보름여가 지났지만 선대위 구성을 둘러싼 신경전만 이어질 뿐 선대위가 출범하지 못하고 있다. 당내에선 ‘김종인 없는 선대위’ 가능성도 진지하게 거론된다. 윤 후보의 정치력도 시험대에 올랐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자신의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더이상 정치 문제를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며 “나는 이제 오늘부터 내 일상으로 회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선대위 합류 거부인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내가 어떤 상황에서 지금 대선을 보고 있는지 여러 차례 이야기를 많이 했다”면서 “다 음미를 하면 내가 왜 이런 결심을 하게 됐는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도 이날 MBN 행사 참석 뒤 취재진이 김종인 전 위원장과 관련한 질문을 하자 “모르겠다. 그 양반 말씀하는 건 나한테 묻지마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김 전 위원장은 윤 후보 선출 직후부터 ‘원톱’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돼 왔지만, 선대위 인선과 방향을 두고 윤 후보와 계속해서 충돌해왔다. 윤 후보 측근인 중진 의원들을 앞세운 ‘반문(재인) 빅텐트’ 구상을 두고 김 전 위원장은 “그런다고 표에 도움되지 않는다”며 일축했다.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 김한길 새정치민주연합 전 대표 영입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거듭 피력했다. 전날 당 최고위원회에서 이준석 대표와 김병준 전 위원장을 각각 상임선대위원장으로 임명했지만, 김 전 위원장을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임명하는 안은 김 전 위원장 본인의 요청으로 상정되지 않았다. 이때부터 이미 김 전 위원장과 윤 후보 사이 관계가 파국으로 향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3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당내 경선에서 경쟁했던 후보들과 오찬을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3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당내 경선에서 경쟁했던 후보들과 오찬을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 후보는 전날 최고위에 앞서 진행된 지도부 티타임에서 김 전 위원장과 같이 가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을 표시했다. 윤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하면서 “후보가 단호하다”며 “정말 진정으로 할 만큼 다 했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동안 윤 후보 진영에서는 ‘극단적인 상황’은 서로 원하지 않는다는 낙관론이 강했다. 윤 후보도 김 전 위원장을 필요로 하고, 김 전 위원장도 선대위 합류를 마음 속으로는 굳혔다는 관측이었다.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는 관측이 많다.

윤 후보 측근으로 김 전 위원장과 불편한 관계를 이어왔던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오후 백의종군을 선언하면서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효과는 없다. 장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이제 스스로 결심할 시간인 것 같다”며 “저는 오늘 윤 후보 곁을 떠나겠다”고 적었다. 장 의원은 통화에서 “김 전 위원장이 최고위에 자기 이름 올리지 말라고 했을 때부터 후보에게 ‘나를 버리시면 된다’고 얘기했다”면서 “‘일반 국민들은 나를 최측근으로 알고 있는데 나를 지키기 위해 후보님이 고집 부리시는 모습을 보이면 안된다’고 했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장 의원의 백의종군 주장에 대해 이날 오후 자신의 사무실에서 기자에게 “장 의원이 윤 후보 곁을 떠나는 것하고 나하고 아무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윤 후보도 장 의원을 놓아줄 의사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선대위 전권은 후보에게 있는데, 김 전 위원장이 지나치게 개입하고 있어 윤 후보의 거부감이 크다는 것이다.

윤 후보와 김 전 위원장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지만 출구가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라는 관측도 있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오전 ‘윤 후보가 찾아오면 만날 거냐’는 기자들 질문에 “찾아오면 만나는 거지 거부할 이유가 없지 않나”고 답했다. 윤 후보도 이날 오전 ‘김종인 선대위가 물건너 간 것이냐’는 질문에 “김 박사께서 며칠 생각한다고 하셔서, 저도 기다리고 있겠다”고 했다.

주도권 다툼을 이어가면서도 막판 타협의 여지는 남겨놓은 것으로 해석된다. 윤 후보 입장에서는 ‘킹메이커’로 불리는 김 전 위원장 합류가 불발된다면 정치력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김 전 위원장 역시 자신의 구상을 대선 무대에서 펼칠 기회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강하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오후 종로 사무실을 나서면서 기자들에게 “2~3일 사이에 입장을 밝힐 것”이라며 “일이라는게 한번 지나가면 되돌릴 수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는 이날 여의도 한 식당에서 당내 경선에서 경쟁했던 예비후보들과 함께 오찬했다. 최종 경선에서 맞붙었던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불참했다. 원 전 지사는 지난 16일 윤 후보와 조찬을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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