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면허취소’ 의사·교수·공무원 등 231명 ‘면허정지’로 부당 구제한 권익위

2021.12.28 14:02 입력 2021.12.28 16:03 수정

서울의 한 도로에서 경찰관이 음주단속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의 한 도로에서 경찰관이 음주단속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권익위원회가 법규 취지와 부합하지 않는 자체 기준을 활용해 음주운전 면허취소 검토 대상자 231명을 부당 감경해준 사실이 감사원 감사결과 드러났다. 생계유지 이유로 운전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의사·대학교수·공무원·금융권 종사자 등이 포함됐다.

감사원은 28일 이러한 내용의 권익위 정기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감사는 지난 3월31일부터 4월27일까지 진행됐다. 감사 결과 권익위는 그간 ‘음주운전 사건 일부인용 재결경향’이라는 내부 기준을 활용해 음주운전 면허취소자를 면허정지로 부당 감경해준 것으로 확인됐다.

권익위가 도로교통법상 혈중알코올농도 0.080% 이상으로 면허가 취소된 이들이 청구한 행정심판 사건에서 감경 요건을 혈중알코올농도(0.080~0.100%)와 무사고 기간(3년 이상)으로만 판단한 것이 문제가 됐다. 내부 기준상 혈중알코올농도가 0.080~0.082%이면서 무사고 기간이 3년 이상일 경우, 혈중알코올농도 0.083~0.089%이면서 무사고 기간이 10년 이상일 경우는 구체적인 사유를 판단하지 않고 감경을 결정했다. 혈중알코올농도 0.083%~0.089%이면서 무사고 기간이 5~10년이거나 혈중알코올농도 0.090%~0.100%이면서 무사고 기간이 10년 이상이면 정상참작 사유까지 감안해 감경했다.

감사원은 구체적인 사유를 따지지 않고 감경 결정한 점을 문제삼았다. 면허취소 처분이 가혹하다고 볼 특별한 사정과 면허취소자의 직업수행과 운전의 관련성, 소득·재산 등을 종합적으로 검증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와 관련 법규에 위반된다는 것이다. 혈중알코올농도 0.116%로 면허 취소된 회사원 A씨는 배우자 치킨가게 배달 운전을 하고 있다고 허위 기재했음에도 제대로 된 검증 없이 감경 처분을 받기도 했다.

감사원은 2017~2020년 권익위 내부 기준에 따라 감경 대상으로 검토된 6579건 중 6574건(99.9%)이 행정심판에서 최종 감경됐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이 가운데 직업 수행에 운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기 어려운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 은행·투자회사 등 금융권 종사자, 대학교수, 교사, 의사·한의사·약사, 법무·세무법인 근무자 등 총 231명이 포함돼있다”며 부당 감경이라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음주운전 면허취소를 판단하는 권익위 내부 기준을 폐지하도록 주의 요구했다. 권익위는 “감경이 고려되어서는 안될 사람이 감경대상에 포함되는 등의 일이 없도록 후속대책을 강구하겠다”고 감사원에 답변했다.

일부 권익위 직원들이 외부 강연을 하고도 사례금을 받지 않은 것처럼 거짓신고한 사실도 감사로 확인됐다. 권익위 직원 B씨는 2018~2019년 네 차례 국토교통인재개발원 외부강의를 신고하며 “사례금을 받지 않는다”고 했지만 사례금 125만6000원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소속 과장의 허가를 받지 않고 세 차례 같은 기관에서 강의했다. 권익위 직원 C씨도 사전 신고를 하지 않은 채 2016년 한국국토정보공사에서 강의하고 22만원을 받았다. 감사원은 해당 직원들에 대해 징계 등 적정 조치를 하라고 권익위에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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