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전 대통령, 이재명 단식 중단 설득···“이젠 다른 모습으로 싸워야”

2023.09.19 17:19 입력 2023.09.19 19:40 수정

“단식의 진정성 충분히 보였다”며 만류

이 대표, 끝내 단식 중단 의사 안 밝혀

문재인 전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을 방문해 입원 중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손을 잡고 있다. 성동훈 기자

문재인 전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을 방문해 입원 중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손을 잡고 있다. 성동훈 기자

문재인 전 대통령이 19일 단식 도중 건강 악화로 입원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찾아 단식 중단을 설득했다. 이 대표는 병상에서도 수액 치료 외에는 음식물을 섭취하지 않으며 20일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이 대표는 문 전 대통령의 만류에도 뜻을 굽히지 않았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이 대표가 입원한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을 찾았다.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5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기 전 병문안을 위해 23분간 머물렀다. 김영진 당대표 정무조정실장과 천준호 당대표 비서실장,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출신 윤건영 의원, 중랑구가 지역구인 박홍근·서영교 의원 등이 문 전 대통령을 맞이했다. 면담에는 천 실장과 윤 의원이 배석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 대표 병실로 들어가 손을 꼭 잡으며 “지금 링거랑 수액만 맞고 곡기는 여전히 안 하신다면서요. 내가 열흘 단식했었는데 그때도 힘들었다. 지금은 20일이니까 얼마나 힘들까 싶은데”라고 위로했다. 이 대표 머리를 쓰다듬기도 했다. 이 대표는 작은 목소리로 “세상에 힘든 사람들이 많은데···”라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시절 세월호 참사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10일간 단식했다.

문 전 대통령은 “단식의 진정성이나 결기는 충분히 보였다”며 “길게 싸워나가야 하니 빨리 기운 차려서 다른 모습으로 싸우는 게 필요한 시기인 것 같다”고 이 대표를 설득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제는 이 대표 혼자 몸이 아니지 않나. 정말 많은 사람들이 함께 아파하고 안타까워하고 다시 또 일어서기를 바라고 있기 때문에 그걸 늘 생각하셔야 한다”며 거듭 만류했다. 이 대표는 “끝없이 떨어지는 나락 같다. 세상이 망가지고 있는 것 같다”며 “이런 걸음까지 하게 해서 죄송하다”고 답했다.

이 대표는 문 전 대통령 설득에도 단식을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한민수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는) 문 전 대통령의 중단 권유를 여러 차례 듣고 ‘잘 알겠다’ 정도의 답변을 했다”며 “일단은 오늘 자리에서 중단하겠다는 말씀을 하지 않은 걸로 전해 들었다”고 했다.

한 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이 천 실장과 병원장에게 이 대표의 건강 상태를 물으며 “이럴 때일수록 주변에서 단식을 그만두게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한 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이 특히 병원장에게는 ‘대표가 단식을 중단할 수 있도록 병원에서 만들어야 한다. 그만두게 해달라’는 말씀까지 하셨다”고 했다.

병원 앞에는 이 대표 지지자 수십 명이 모여 ‘이재명’을 연호했다. 이들은 ‘검찰독재 살인정권’ ‘이재명과 함께 민주주의 수호’ ‘친일 매국노 윤석열 탄핵’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었다. ‘문재인 출당이 이재명 힘 실어주는 것’ 등이 쓰인 손팻말도 보였다. 이들은 문 전 대통령이 병문안을 마치고 나온 뒤에도 “문재인 출당”이라고 외쳤다.

민주당 공보국은 이 대표가 이 같은 지지자들의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에 따르면 이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님은 당의 큰 어른이다. 민주당이 하나로 단결해 적과 싸워야 할 지금 나침반 같은 역할을 해주시는데 민주당 지지자라면서 어찌 비난하는가”라고 말했다. 또 “당의 분열은 상대가 가장 바라는 바이다. 우리 안의 차이가 아무리 크다 한들 상대보다 크지 않다”며 “지금은 단결해 외부의 무도한 세력과 맞서야 할 때”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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