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6년 만에 대북 확성기 재개···힘 대결 ‘악순환’의 늪

2024.06.09 17:24 입력 2024.06.09 21:52 수정

정부가 9일 대북 확성기 방송을 6년 만에 재개했다. 북한이 오물 풍선 살포를 재개하자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격의 맞대응을 내놨다. 북한 도발에 정부가 9·19 군사합의 전체 효력 정지, 대북 확성기 재개 등으로 맞서면서 힘 대결을 주고받는 악순환의 늪에 빠지게 됐다. 남북 관계가 강경 일변도로 흐르며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국가안보실은 9일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의를 열어 이날 중 대북 확성기를 설치하고 방송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2004년 6월 서부전선에 설치된 대북 확성기가 철거되는 모습.  연합뉴스

국가안보실은 9일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의를 열어 이날 중 대북 확성기를 설치하고 방송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2004년 6월 서부전선에 설치된 대북 확성기가 철거되는 모습. 연합뉴스

국가안보실은 이날 장호진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의를 개최한 뒤 “오늘 중 대북 확성기를 설치하고 방송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4월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중단된 지 6년 만의 재개다.

국가안보실은 “우리가 취하는 조치들은 북한 정권에게는 감내하기 힘들지라도, 북한의 군과 주민들에게는 빛과 희망의 소식을 전해 줄 것”이라고 했다. 안보실은 이어 “예고한 대로 상응조치들을 취해 나가기로 했다”며 “남북 긴장고조의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측에 달려있을 것임을 분명히 한다”고 밝혔다.

군은 곧바로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작업에 돌입했다. 합참은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에 대해 경고한 바와 같이 오늘 오후 확성기 방송을 실시했다”면서 “방송 추가 실시 여부는 전적으로 북한 행동에 달렸다”고 밝혔다.

다만 정부는 대북 확성기 방송의 구체적인 장소와 시간, 규모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자세한 내용을 북한이 알게끔 말씀드릴 수는 없다”며 “우리의 전략이 무엇인지를 알지 못할 때 북한으로서는 훨씬 더 공포감이 고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제3차 오물 풍선 살포에 정부가 대북 확성기 재개로 맞서면서 남북 관계는 악순환의 수렁에 빠지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의 확성기 방송 재개 조치는 북한의 3차 오물 풍선 투하 직후 이뤄졌다. 정부는 앞서 북한의 1·2차 오물 풍선 살포에 대응해 지난 5일 9·19 군사합의 전체의 효력을 정지하고 확성기 재개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이후 탈북민 단체 등이 대북 전단을 다시 보내자 북한은 지난 8~9일 오물 풍선 살포를 재개했다. 합참은 북한이 띄운 330여개 오물 풍선 중 “우리 지역에 낙하된 것은 80여개”라고 이날 밝혔다. 대북 확성기 방송 뒤인 이날 밤 늦게 북한은 다시 오물 풍선으로 추정되는 물체를 부양했다고 합참은 밝혔다.

남북의 ‘강 대 강’ 대응으로 안보 위기가 심화할 거란 우려가 나온다. 대북 확성기 방송에 예민한 북한이 추가 도발 수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이날 NSC 상임위원회의 후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를 열어 북한의 직접 도발 가능성을 언급하며 “추가 도발 시 ‘즉·강·끝(즉각, 강력히, 끝까지) 원칙’으로 대응하겠다”고 대비 태세를 주문했다. 남북간 긴장 고조가 심리전에 그치지 않고 국지전 등의 직접 충돌로 이어지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