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청 ‘개헌 충돌’ 2라운드… ‘엇나가지 마’ 청와대 반격

2014.10.21 22:12 입력 2014.10.21 23:16 수정

김무성 대표 현안마다 ‘엇박자’에 불만…사실상 대통령의 ‘공개 경고’

김 대표, 확전은 피했지만… 현재·미래 권력 갈등 언제든 폭발 가능성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관계가 갈수록 험해지고 있다. 김 대표가 사과까지 한 ‘개헌 봇물론’에 대해 청와대가 21일 사실상 공개 반격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잦아들 분위기던 여권의 ‘개헌론 충돌’은 청와대발 ‘여당 대표 직격’으로 2라운드에 접어들게 됐다. 당·청 간 쌓여온 불신, ‘현재권력’(대통령)과 ‘미래권력’(대권주자)이라는 엇갈린 이해관계 등 양측 갈등이 심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21일 제주도청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제주도 국정감사에서 제주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한 질의를 하고 있다. 제주 | 연합뉴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21일 제주도청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제주도 국정감사에서 제주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한 질의를 하고 있다. 제주 | 연합뉴스

청와대 고위관계자의 이날 언급은 형식이나 내용으로 볼 때 작심한 발언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예고 없이 청와대 춘추관 기자실을 찾아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논의한 지난 19일 당·정·청 회의 관련 문답을 진행하면서 김 대표의 개헌 발언을 거론했다. 기자들 질문은 ‘개헌에 대한 청와대 입장을 정리해달라’는 것이었지만, 이 관계자는 우선 김 대표의 발언 배경을 의심하는 말을 꺼냈다. “실수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기사화될 것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고 반문한 것이다.

이 관계자 발언에는 박 대통령의 의중이 실려 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김 대표의 ‘개헌 발언’이 ‘당·청 충돌, 갈등’ 등으로 비화할 게 예상된 것처럼, 이날 청와대의 언급도 그 이상의 파장을 예상할 수 있는 문제 발언이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박 대통령 뜻을 대리하거나, 최소 대통령 재가를 받은 준비된 발언일 가능성이 높다.

당장은 개헌이 고리가 됐지만, 각종 현안을 두고 정부와 다른 소리를 했던 김 대표에 대한 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쌓인 불만이 표출됐다는 것이 여권의 대체적 시각이다. 김 대표가 개헌 발언 다음날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죄송하다”고 했음에도, 청와대가 고위관계자의 입을 빌려 굳이 김 대표를 작심하고 비판한 것은 그만큼 감정이 불편하다는 증거다.

실제 청와대와 김 대표 간 신경전은 물밑에서 가열됐던 터다. 박 대통령이 “국회의원 세비 반납” 발언을 하며 야당을 공격하자, 김 대표가 “그렇게 하시면 진짜 하고 싶은 일을 국회에서 못한다”고 대통령 면전에서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와 김기춘 비서실장이 전직 의원의 정부기관장행을 놓고 갈등을 빚었다는 소문도 있다. 이날이 김 대표 취임 100일이라는 상징성까지 감안하면, 김 대표에게 ‘더 이상 엇나가지 말라’고 공개 경고한 것일 수 있다.

김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미 사과 입장을 밝혔다”면서 입을 닫았다. 하지만 한 비박 의원은 “(발언자가) 누구냐. 김기춘 비서실장 아니고야 어떻게 저렇게 이야기하느냐. 분위기 살벌하구먼”이라고 했고, 또 다른 의원은 “대통령이 (이탈리아에서) 귀국하면 가만 안 둔다는 분위기였다고 한다”고 전했다.

상황들을 종합하면 당·청관계는 당분간 얼음장처럼 냉랭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로부터) 지시받는 입장이 아니다”라고 밝혀온 김 대표 입장이나, 야당에 강경태도를 요구하는 청와대와 달리 “야당에 내줄 것은 내줘야 한다”는 김 대표 철학을 봤을 때 충돌지점은 널려 있다. 담뱃값·주민세 인상 등 증세 문제 등 당·청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사안들에 대한 갈등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

김 대표가 물러섰지만 여전히 개헌론은 폭발력이 크다. ‘개헌론 본격화→정국 주도권 상실’로 이어지는 만큼 청와대는 계속 방어에 나서겠지만, 이미 여의도의 개헌론은 심지에 불이 붙었다. 정기국회 후 김 대표가 어떤 식으로든 개헌 문제에 대해 다시 언급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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