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m53 ‘작은 땅콩’ 신화를 쐈다

2005.08.01 18:07

2000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이후 준우승만 3번.

생애 첫 우승을 메이저대회에서 일궈낸 장정(25). 그가 마침내 고단한 ‘대장정(大長征)’의 마침표를 찍었다. 힘든 투어생활 속에서도 꿈과 웃음을 잃지 않고 ‘3전4기’의 성공 신화를 썼다. 우승이 확정된 후 그에게 쏟아진 샴페인 세례는 그간 목말랐던 승리의 갈증을 말끔히 씻어내렸다.

1m53 ‘작은 땅콩’ 신화를 쐈다

이렇게 작은 키의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남보다 배 이상의 노력을 기울였다는 게 김프로의 기억이다.

“연습 라운드에서도 지는 걸 참지 못했어요. 뜻대로 플레이가 풀리지 않으면 울기도 했죠.”

97년 한국여자프로골프 최고 권위의 대회인 한국여자오픈에서 여고생(유성여고) 장정은 김미현을 꺾고 정상에 오르는 파란을 일으키면서 단숨에 골프계에 이름을 알렸다. 이듬해엔 한국여자아마추어선수권대회를 제패한 데 이어 김주연(24·KTF)과 함께 출전한 방콕아시안게임에서 단체전 은메달과 개인전 동메달을 따냈다.

◇순탄치 않은 투어생활=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아마추어 시절과 달리 프로 골퍼로서의 생활은 그리 호락호락지 않았다.

99년 프로테스트 이론시험에서 답안지를 작성하며 한칸씩 밀려 쓰는 어이없는 실수로 낙방한 장정은 자신의 우상인 박세리의 성공에 자극받아 99년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퀄리파잉스쿨에서 전경기 출전권을 따내는 데 실패했지만 조건부 출전권자라는 불리한 여건 속에서도 18경기에서 5차례 ‘톱10’에 입상해 2000년 풀시드를 획득했다.

그해 세이프웨이챔피언십에서 장정은 첫 우승의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1홀을 남기고 김미현에게 동타를 허용한 뒤 연장전에서 역전패를 당했다. ‘언제든 우승할 수 있는 선수’라는 평가가 따라 붙었지만 ‘만년 2인자’란 설움은 참을 수 없었다.

장정은 우승 후 인터뷰에서 “드라이브샷 거리를 늘리기 위해 바람 부는 날에도 끊임없이 연습했다”고 밝혔다. 연습량을 늘리면서 자신감을 찾았지만 그는 아무에게도 속내를 내비치지 않았다. 샷으로 보여줄 것이란 각오를 마음속으로 다졌다.

해마다 조금씩 상금랭킹을 끌어올려온 장정은 지난해 68만달러를 벌어들여 상금랭킹 12위까지 올랐지만 고단한 살림살이는 나아지지 않았다. 변변한 스폰서 없이 상금만으로는 투어 경비 대기도 빠듯했다. 경찰관으로 재직하다가 딸의 미래를 위해 명예퇴직한 아버지는 퇴직금을 쏟아부었고 어머니 이경숙씨(53)는 유성에서 ‘경원돌솥밥’이란 식당을 운영하면서 뒷바라지를 했다.

1m53 ‘작은 땅콩’ 신화를 쐈다

◇밝은 성격의 소유자=지난해 12월 일본 오쓰CC에서 열린 한·일여자프로골프 국가대항전 첫날 가장 먼저 승전보를 전한 장정은 프레스룸에 들어오자마자 손을 번쩍 들며 “만세”를 외쳐 한국기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항상 미소를 잃지 않는 밝은 표정에 경기장 안팎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명랑한 성격. 그런 긍정적인 성격은 위기상황에서도 침착한 플레이를 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이다.

장정은 브리티시오픈 최종라운드에서도 “코스 곳곳에 설치된 스코어보드를 10번이나 쳐다봤다. 캐디는 그러지 말라고 했지만 나는 멈추지 않았다”고 말했다. 피말리는 승부를 하면서도 여유를 잃지 않는 자신감, 결국 장정은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이라는 거대한 성을 무너뜨리고 ‘메이저 퀸’으로 우뚝 섰다.

〈조홍민기자 dury12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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