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수 2관왕 비결…무기는 ‘매우 특별한 왼발’

2010.02.22 02:31

왼손잡이로 왼발 강해… 코너 돌 때 파고들기 탁월

순발력도 국가대표 중 2위… 순간 추월 때 힘 강해

“왼발을 잘 쓰는 게 정수의 최대 강점이죠.”

이정수(21·단국대)를 석관중학교 2학년 때부터 지도해온 쇼트트랙 전 국가대표 이준호 코치는 그의 2관왕 비결로 ‘왼손잡이’에 왼발이 강하다는 점을 꼽았다.

이정수가 21일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 콜로세움에서 열린 2010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1000m에서 금메달을 딴 뒤 이어진 플라워 세리머니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밴쿠버 | 로이터연합뉴스

이정수가 21일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 콜로세움에서 열린 2010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1000m에서 금메달을 딴 뒤 이어진 플라워 세리머니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밴쿠버 | 로이터연합뉴스

이정수는 21일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 콜로세움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1000m 결승에서 올림픽 신기록인 1분23초747로 결승선을 통과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남자 1500m에 이어 두 번째 금메달로 한국 선수 중 첫 2관왕. 남은 남자 5000m 계주도 금메달이 유력해 3관왕도 가능한 상황이다. 이 코치는 ‘오른발을 잘 쓰면 일류선수가 될 수 있지만, 왼발을 잘 쓰면 최고가 될 수 있다’는 쇼트트랙계의 격언을 소개하면서 “토리노 대회 3관왕인 안현수(성남시청)가 왼발을 잘 썼는데, 지금 정수가 그렇다”고 말했다.

그는 “왼발로 코너를 도는 훈련을 시키는데 다른 선수들은 6~7개월 걸리는 걸 정수는 한 달 만에 익히더라”고 떠올렸다.

쇼트트랙은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오른발의 추진력이 좋아야 한다. 하지만 오른발만 강하면 왼발은 디딤발로 사용될 뿐이다. 왼발을 잘 쓴다면 양발을 모두 승부수로 사용할 수 있다. 왼발은 코너에 가까운 쪽에 놓여 있어 상대의 안쪽으로 파고들 때 유용하다. 이정수의 전매특허인 안쪽 돌파의 비결이다.

강한 왼발은 이정수의 신체도 균형잡히게 했다. 체육과학연구원의 측정 결과 이정수의 허벅지와 종아리 좌우의 둘레 차이는 각각 0.6㎝, 0.1㎝로 적다. 다른 선수들이 1㎝ 이상 차이 나는 것과 비교된다. 균형잡힌 신체는 효율적인 레이스를 가능케 한다.

막판 역전극 마지막 반바퀴에서 메달 색깔이 달라졌다. 21일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 콜로세움에서 열린 2010 동계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1000m 결승. 이정수는 1바퀴를 남겨놓고 이호석에게 뒤졌으나(위) 마지막 코너에서 이호석을 앞지른 뒤(가운데) ‘날 내밀기’(아래)로 우승을 확정지었다. 밴쿠버 | AP·로이터·신화연합뉴스

막판 역전극 마지막 반바퀴에서 메달 색깔이 달라졌다. 21일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 콜로세움에서 열린 2010 동계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1000m 결승. 이정수는 1바퀴를 남겨놓고 이호석에게 뒤졌으나(위) 마지막 코너에서 이호석을 앞지른 뒤(가운데) ‘날 내밀기’(아래)로 우승을 확정지었다. 밴쿠버 | AP·로이터·신화연합뉴스

이정수는 반응 시간이 0.24초로 곽윤기(0.22초)에 이어 남자 선수 중 두 번째로 빨랐다. 서전트 점프는 63㎝로 가장 높았고 폐활량 측정 결과 5140㏄로 이호석(4050㏄), 성시백(4280㏄)을 월등히 앞섰다.

이정수의 또다른 강점은 파워다. 키 1m72에 몸무게 59.7㎏으로 덩치는 작지만 ㎏당 내는 힘이 크다. 자전거를 이용한 체력 테스트에서 717.72로 성시백(822.08)과 이호석(736.16)에게 뒤졌지만 ㎏당 최고 파워에서는 12.02로 이호석(11.85)을 앞질렀고 평균 파워에서는 10.09로 성시백(9.51)을 제쳤다. 체육과학연구원 최규정 박사는 “실제 경기에서는 자기 몸을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당 내는 힘이 곧 경쟁력”이라고 설명했다.

이정수의 파워는 광문고에 입학하기 전후 1년 동안 ‘선 체력 후 기술’이란 전제하에 이 코치 밑에서 혹독한 조련을 받은 덕분이다. 당시 이정수는 양 발목에 1.5㎏짜리 모래주머니를 차고 4㎏짜리 납 조끼를 입은 후 쇼트트랙을 탔다. 남들이 30바퀴를 탈 때 70~80바퀴를 돌았다.

이 코치는 “정수는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내 가르침을 120% 받아들였다”며 “사춘기 때 반항심이 커져 학교에 안 나갈 때도 있었지만 그때도 새벽 5시30분에 시작하는 훈련은 거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