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으로 적을 친다’ 작전의 승리

2010.02.21 18:35 입력 2010.02.22 02:35 수정

오노 추월 플레이 역이용

상대선수 접전 빈틈 노려

이이제이(以夷制夷), 적을 이용해 다른 적까지 물리치는 작전.

한국 쇼트트랙이 이이제이 작전을 활용해 큰 재미를 봤다. 21일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 콜로세움에서 열린 밴쿠버 동계올림픽 남자 1000m 결승전에서는 아폴로 안톤 오노(미국)가 작전에 동원됐다. 우리에게 항상 얄미운 존재였던 오노가 이번엔 금·은메달의 도우미가 된 셈이다.

‘적으로 적을 친다’ 작전의 승리

5명이 나선 결승 레이스 초반 우리 선수들은 맨 뒤로 처졌다. 캐나다의 친형제 샤를 애믈랭(형)과 프랑수아 애믈랭이 앞서 나섰고 오노가 3위로 중간에 섰다. 처음에 잡은 자리는 4바퀴가 남을 때까지 바뀌지 않았다.

3바퀴 반을 남기고 오노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앞서가는 둘의 안쪽으로 비집고 들어가 역전을 시도했다. 이게 우리에게 큰 이득이 됐다. 셋이 부딪치며 주춤하는 사이 4위 이호석(24·고양시청)과 5위 이정수(21·단국대)가 바깥쪽으로 치고 나왔다. 송재근 전 국가대표 코치는 “오노가 안쪽으로 파고들면서 캐나다 선수들의 바깥쪽 견제가 소홀한 틈을 잘 노렸다”며 “우리 선수들이 초반에 뒤지자 오노가 움직일 때까지 기다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후 오노는 스피드가 꺾였고 캐나다 선수들은 초반의 오버페이스로 지쳐 있었다.

이호석과 이정수는 이들을 쉽게 제치고 1바퀴 반을 남겨놓고 1, 2위로 올라섰다. 그리고 이정수가 반바퀴를 남겨두고 이호석 안쪽으로 추월하면서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여자 선수들도 앞선 1500m 준결승에서 이이제이로 강력한 중국 선수들을 견제하는 데 성공했다. “중국을 이기려면 캐나다 선수들을 잘 활용해야 한다”던 최광복 코치의 말대로였다. 이은별(19·고려대 입학 예정)은 레이스 중반부터 앞서 나가며 속도를 올려 따라오던 중국 순린린이 캐나다 타니아 비센트와 엉키도록 했다. 이은별은 1위로 결승에 올랐고, 순린린은 결국 비센트를 밀어내지 못하고 3위로 탈락했다. 조해리(24·고양시청)도 같은 방법으로 왕멍(중국)에 앞서 나가 다급해진 왕멍의 실격을 유도했다.

하지만 여자 팀이 결승에서 수적 우위를 활용하지 못한 점은 옥에 티로 남았다. 송 코치는 “이은별과 조해리도 이호석과 이정수처럼 둘이 한번에 나갔어야 하는데, 한 명씩 나가다 보니 다른 나라 선수들에게 견제를 많이 당했다. 금메달도 가능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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