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홍만 ‘골리앗’ 빅펀치, 밥샙에 판정승

2005.09.23 23:05

최홍만 ‘골리앗’ 빅펀치, 밥샙에 판정승

‘야수’의 얼굴에 당황한 빛이 스쳤다. 공이 울리자마자 달려들어 기를 죽이면 금방 넘어질 줄 알았는데….

최홍만(25)이 경기 전 “밥 샙은 만날수록 귀여운 캐릭터야. 한마디로 검은 콩이야” 하고 너스레를 떨자 “건방진 최홍만은 ‘잭과 콩나무’ 얘기를 아는지 모르겠어. 콩나무가 돼 키 큰 놈을 쓰러뜨려야지” 하고 기세등등하던 밥 샙이었다. 그런데 막상 공이 울리자마자 최홍만은 조금도 꿇리지 않았다. 1회전이 진행되자 밥 샙(31)의 얼굴에 곤혹스러움과 당황함, 그리고 피곤함이 오버랩됐다.

최홍만. ‘춥고 배고픈 씨름판을 눈물로 떠난’, 그래서 씨름계로부터 ‘배신자’의 낙인이 찍힌 최홍만. 그는 그 씨름계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피와 땀을 흘렸고, 끝내 ‘야수’를 무릎꿇렸다. 그의 눈에 빛나는 독기로…. 씨름판에서 잔뼈가 굵은 다리는 밥 샙의 킥에도 끄떡없었다. 최홍만은 23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K-1 월드그랑프리 개막전에서 3라운드에 공포의 무릎차기로 한차례 다운을 빼앗는 등 장신(218㎝)을 이용한 효과적인 공격으로 판정승을 거뒀다. 지난 3월 K-1 서울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등 5연승을 달리던 최홍만은 ‘야수’마저 잡으며 파죽의 6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이로써 최홍만은 오는 11월19일 일본 도쿄돔에서 K-1 최강자를 가리는 월드그랑프리 파이널 8강전에 진출하게 됐다.

‘오 필승 코리아’ 노래와 함께 태극기를 두르고 경기장에 입장한 최홍만의 얼굴에는 비장함이 넘쳐흘렀다. 밥 샙이 현란한 음악과 함께 특유의 입장 세리머니를 펼쳤지만 최홍만은 평상심을 잃지 않았다. K-1을 대표하는 장신들의 대결로 관심을 모았지만 씨름으로 단련된 최홍만의 무릎이 더 강력했다. 218㎝·160㎏인 최홍만은 200㎝·155㎏인 밥 샙을 맞아 초반부터 난타전을 펼쳤다. 경기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 밥 샙은 예상대로 거칠게 밀고 들어왔다. 대부분의 격투기 선수들은 미식축구(NFL) 출신인 밥 샙의 이같은 파상공격에 주춤거리곤 했다. 하지만 ‘천하장사’ 출신인 최홍만은 뚝심으로 ‘맞불작전’을 펼쳤다. 장신을 이용한 최홍만의 소나기 펀치에 오히려 밥 샙은 당황했다. 초반 밥 샙에게 몇차례 로킥을 허용했지만 모래판에서 황소를 거머쥐었던 최홍만의 다리는 그 정도로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최홍만은 양팔을 벌리며 괜찮다는 여유까지 보였다. 최홍만은 1라운드 중반이 지나면서 연타를 상대 얼굴에 적중시키며 서서히 주도권을 잡았다. 초반 기선 제압을 노렸던 밥 샙은 오히려 체력이 떨어지면서 제대로 공격을 하지 못했다. 밥 샙은 2회전 시작과 함께 또다시 난타전을 벌였으나 위에서 내려꽂는 최홍만의 펀치가 더 강했다. 일본 언론들의 표현대로 ‘최홍만의 주먹은 마치 3층 위에서 떨어지는 돌처럼’ 느렸지만 위력적이었다.

마지막 3라운드. 최홍만은 ‘격투기 전사’로서의 재능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모래판에서 0.1초의 샅바싸움에서 살아 남았던 최홍만은 밥 샙의 공격을 피하면서 공포의 무릎치기로 안면을 공격했다. ‘야수’도 그 무릎치기에 비틀거렸고, 심판은 곧바로 다운을 선언했다. 한편 문자이미지 중계가 시작된 K-1 공식홈페이지에는 모두 70만명의 방문자가 쇄도, 서버가 다운되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문승진기자〉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