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지방마다 다른 ‘김치의 취향’

2006.11.16 09:36

우리나라는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어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겨울이 길다. 이같은 지리적 환경은 지역마다 김치의 간과 양념, 고명이 달라져 특색있는 김치가 발달하게 된 원인이 됐다. 일반적으로 날씨가 추운 북부지방 김치는 국물이 많고 싱거우며 맑다. 젓갈은 조개젓과 새우젓 등 담백한 것을 즐겨쓴다. 반면 남부 김치는 쉽게 시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김치 속을 적게 쓰고 고춧가루와 젓갈, 소금을 많이 넣어 맵고 짜게 담그는 게 특징이다. 젓갈 역시 맛이 강한 멸치젓을 널리 사용한다. 지방에 따라 고기 국물과 생선을 넣어 맛을 내고 찹쌀풀을 넣어 진하게 발효시키기도 한다.

[커버스토리]지방마다 다른 ‘김치의 취향’

▶중부지방 ‘양념이 호화롭고 맛이 담백’

서울·경기 지방은 싱겁지도 맵지도 않은 중간 정도의 맛을 낸다. 새우젓·조개젓·황석어젓 등 담백한 것을 쓰고 김장은 대체로 입동을 지나서 한다. 온갖 종류의 김치가 다 모여 있는데 개성의 보쌈김치는 그 화려함과 담백한 맛으로 유명한 고급 음식이다. 사과·배·잣·대추·은행·낙지·전복 등 35가지 이상의 재료가 들어간다. 궁중음식의 하나인 장김치, 무를 삶아 버무린 숙깍두기, 오이로 만든 오이김치, 무의 표면에 비늘처럼 칼집을 넣은 비늘김치 등도 유명하다. 곤쟁이 젓갈을 넣어 만드는 감동젓무와 감동젓김치는 웃어른께 올리는 고급김치로 알려져 있다.

강원도는 배추김치에 소를 넣는 것은 경기 지방과 비슷하며 기본 재료 외에 생오징어채나 잘게 썬 생태살을 새우젓국에 버무려 쓰는 게 특징이다. 생태머리와 뼈를 켜켜이 넣어 익히기도 하는데 이렇게 하면 칼슘이 많아져 김치의 영양가가 높아진다. 산악지대에서는 11월초 정도에 김장을 한다. 창란젓을 넣고 버무린 창란젓 깍두기, 여러가지 모양으로 썰어 북어대가리를 넣고 만든 강릉깍두기, 더덕김치, 가지김치, 콩나물김치, 무오리 북어짠지, 얼갈이 배추김치, 무청김치 등이 대표적이다.

충청도는 조기젓·황석어젓·새우젓을 많이 사용하며 양념을 적게 사용한다. 간은 중간 정도로 소박하며 부재료로 갓, 파, 청각, 미나리, 삭힌 풋고추 등을 많이 이용한다. 흔히 김치를 짠지라 해서, 배추로 담근 것은 배추짠지, 무로 담근 것은 무짠지라 부른다. 또 일찍 먹을 것은 간을 심심하게 하고 나중에 먹을 것은 간을 세게 해 여러 독에 나누어 담근다. 섞박지는 배추와 무를 굵직하게 썰어 깍두기처럼 버무려 젓국 달인 국물을 부은 김치다. 열무짠지는 주로 여름철에 담그는데 열무를 소금에 절여 풋고추, 홍고추, 실파를 넣고 버무려 항아리에 담가서 소금으로 간을 하고 찹쌀풀을 쑤어 넉넉히 부은 후 익힌다. 총각김치는 다른 지방보다 양념을 적게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밖에 돌나물김치·시금치김치·굴섞박지·애호박김치·공주깍두기 등이 있다.

▶남부지방 ‘맵고 짠 강렬한 맛’

전라도 지방은 기후가 온난하고 해산물이 풍부해 젓갈을 많이 넣어 짠맛이 진하다. 고추를 분마기에 걸쭉하게 갈아 여기에 젓갈을 듬뿍 넣은 고추양념을 만들어 사용한다. 시원한 맛과 단맛을 살리기 위해 찹쌀풀을 쑤어 넣기도 한다. 젓국은 멸치젓을 가장 많이 쓰지만 조기젓, 새우젓도 사용한다. 전북은 새우젓을, 전남은 멸치젓을 많이 쓴다. 맵고 짠 김장김치와 해남의 갓김치, 고들빼기는 예로부터 유명하다. 나주의 동치미·깻잎김치·어리김치·가지김치·파래김치 등도 대표적이다.

경상도 지방은 남해와 동해를 끼고 있어 해산물이 풍부하고 낙동강 주변의 기름진 농토로 인해 농산물도 넉넉하다. 그러나 음식의 모양을 내지 않고 소박한 멋을 즐긴다. 김치는 마늘과 고춧가루를 많이 사용해 부패를 방지한다. 맛을 변하지 않게 하기 위해 배추 사이에 무도 잘 넣지 않는다. 멸치젓·갈치젓 등을 많이 넣고 생강은 적게 쓴다. 동해안 지방에서는 꽁치젓갈을 쓰기도 한다. 안동식해는 곡류와 채소를 섞어 발효시킨 것이며 콩잎김치는 소금물에 삭힌 콩잎을 몇 장씩 포개어 양념을 바른 뒤 통깨와 실고추를 고명으로 얹은 김치다. 우엉김치·부추김치·고추김치 등이 있다.

제주도 지방은 기후가 따뜻해 김장이 별로 필요없다. 김장 종류도 많지 않아 그때 그때 담가 먹는다. 김장독을 땅 속에 묻지 않으며 조기 같은 생선을 배추김치에 넣기도 한다. 재료가 싱싱해 양념보다는 재료의 참맛으로 김치를 담근다. 대개 음력 정월을 전후해 밭에서 월동한 배추를 거둬 소금물에 절였다 건져 멸치젓·마늘·고춧가루만 버무려 잠깐 익혀서 먹는다. 이를 동지김치라 한다. 퍼데기김치·유채김치·당근김치·전복김치·귤물김치 등 역시 이 지방의 고유김치다.

▶북부지방 ‘국물이 넉넉해 슴슴하고 시원’

전반적으로 동치미, 백김치 등 국물이 넉넉한 편으로 새우젓, 황석어젓이 주로 사용된다. 평안도 지방은 간이 대체적으로 싱거운 편이며 조기젓·새우젓을 많이 사용하지만 전라도, 경기도보다는 적게 사용한다. 예로부터 중국과의 교류가 많아 음식이 큼직큼직하고 푸짐하다. 국물을 많이 쓰며 고춧가루를 적게 사용하는 대신 쇠고기 육수를 부어 담그기 때문에 시원하고 감칠맛이 난다. 이 국물은 냉면 국물로 자주 이용된다. 대표적인 김치로는 가지김치, 꿩김치, 백김치, 동치미가 있는데, 이 중 백김치가 가장 유명하다.

함경도 지방은 매운맛과 소금 간은 그다지 강하지 않아 담백하고 음식 모양에 있어 기교나 장식이 적고 큼직큼직하다. 주로 소금으로 간을 하며 새우젓과 멸치젓은 조금만 사용한다. 젓갈보다는 생태나 생가자미를 썰어 고춧가루로 버무려 사용하고, 김칫국물을 넉넉하게 붓는데 익으면 시고 상큼한 것이 특징이다. 대표적인 김치로는 가자미식해, 명태식해, 콩나물김치 등이 있다.

황해도 지방은 간이 중간 정도로 서울과 비슷하다. 독특한 맛을 내는 고수(미나리과에 속하는 1년생 풀)와 분디(운향과에 속하는 낙엽교목의 열매. 식용과 약재로 쓰이며, 함경북도를 제외한 전국에 자생한다)를 쓰는 것이 색다르다. 이 재료들은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배추김치에는 고수를, 호박김치에는 분디를 넣어 먹는다. 양념과 부재료를 많이 쓰지 않아 담백하면서도 시원하다. 호박과 열무를 주재료로 해 담근 호박김치는 그대로 먹기보다 된장을 풀고 김치찌개를 만들어 먹으면 좋다. 동치미와 감김치도 있다.

〈문주영기자 moon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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