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교과서 문학… 루쉰 ‘흘러간 물결’ 위화 ‘새 물결’

2010.09.08 15:58 입력 2010.09.09 01:21 수정
베이징 | 조운찬 특파원

계몽성 강한 작품 대거 퇴출

중국 근대문학의 태두로 불리는 루쉰(魯迅:1881~1936)의 작품들이 중국 교과서에서 줄줄이 퇴출되고 있다.

<아Q정전>의 작가 루쉰

<아Q정전>의 작가 루쉰

광저우일보 등 중국 현지매체들은 8일 2010년 신학기 어문(국어)교과서 개편에 따라 초·중·고 어문교과서에서 20여개 이상의 작품이 교체됐다면서 루쉰의 작품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새 교과서에서 퇴출된 글은 루쉰의 <아Q정전> <약(藥)>을 비롯해 <냥야산의 다섯장사> <공작, 동남쪽으로 날다> <뇌우(雷雨)> 등 20여편이다.

중국 언론들은 ‘고전’으로 자리잡은 뤼쉰의 작품들이 교과서에서 빠진 데 대해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수십년간 어문교과서에서 자리를 굳건히 해온 <아Q정전>이 퇴출되면서 ‘루쉰 시대’가 가는 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1921년 발표된 아Q정전은 최하층 농민 아큐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근대 중국사회에 내재된 모순과 병폐를 풍자적으로 파헤친 중편소설로, 루쉰 작품의 최고봉으로 일컬어져왔다.

1934년 발표된 차오위(曹愚)의 <뇌우>는 봉건 지주의 붕괴 과정을 통해 계급 갈등과 사회적 모순을 다룬 희곡이다. 또 <냥야산의 다섯장사>는 항일전쟁 시기 베이징 외곽의 냥야산에서 일본군과 맞서 싸운 병사 5명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루쉰의 작품 등이 빠진 자리는 <허삼관매혈기>의 작가인 위화(余華)의 단편소설, 바진(巴金)의 산문,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연설문 등이 채웠다. 새로 교과서에 포함된 위화의 단편 ‘십팔세에 집을 나서 먼 길을 가다’는 18세 소년이 집을 떠나 부딪치는 세상사를 감수성 있는 필치로 그려내고 있다. 바진의 산문 ‘강아지 바오디’는 1960년대 문화대혁명을 반성하며 쓴 글이다.

루쉰의 글이 대거 퇴출된 것은 작품이 난해한 데다 이데올로기성이 강해 오늘날 사회상황과 맞지 않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있다. 그러나 광둥성 등 일부 지역에서 발행하는 교과서의 경우에는 루쉰의 명성을 감안, 다른 작품으로 교체하는 선에서 루쉰의 작품을 보존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혁명동지 마오쩌둥으로부터 ‘위대한 무산계급의 사상가’라는 칭호를 받은 루쉰은 그간 중국인들에게 ‘민족혼’으로 떠받들어져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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