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옛날이여’ 지상파 음악 순위 프로그램 시청률 10년 넘게 추락

2013.10.24 22:39
강수진 기자

시청자들, 스토리 없는 단순병렬식 쇼에 감정이입 못해

KBS <뮤직뱅크>, MBC <쇼! 음악중심>, SBS <생방송 인기가요> 등 최신 유행곡을 소개하는 지상파 3사의 가요 순위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 이 세 프로그램은 2000년대 중반 이후 폐지한 순위제를 지난 3월 일제히 부활시키는 등 고육책을 썼지만 6개월여가 지난 지금 시청률은 오히려 더 후퇴했다.

10월 셋째주 금(18일), 토(19일), 일요일(20일)에 각각 방송된 KBS <뮤직뱅크>, MBC <쇼! 음악중심>, SBS <생방송 인기가요>의 시청률(이하 닐슨코리아 집계, 전국 기준)은 각각 3.1%, 3.2%, 2.8%로 조사됐다. 지난해 4~5%를 유지하던 프로그램 시청률은 순위제 부활 이후 더 떨어졌다. ‘애국가 시청률’이라 불리는 2~3%대까지 하락한 것이다.

‘아! 옛날이여’ 지상파 음악 순위 프로그램 시청률 10년 넘게 추락

세 프로그램은 1998년 시작돼 올해 나란히 15주년을 맞았다. MBC의 경우 <생방송 음악캠프>로 시작했으나, 2005년 7월 밴드 카우치 멤버의 성기 노출 사건을 계기로 프로그램 명을 지금의 <쇼! 음악중심>으로 바꿨다. 방송 요일은 처음 생긴 이후 변하지 않았다. 1990년대 후반만 해도 방송만 타면 신인 가수의 음반조차 10만~20만장씩 팔려나갈 만큼 영향력이 컸다. 당시 시청률은 10~15%였고, 각종 이슈를 만들어냈다.

왜 가요 순위 프로그램의 인기가 이렇게 추락했을까. 가요기획사 대표 ㄱ씨는 24일 경향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팬들은 유튜브나 각종 동영상 사이트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들만 뒤늦게 골라볼 수 있게 됐는데, 굳이 방송시간에 맞춰 좋아하는 가수들의 차례를 기다릴 필요가 있겠느냐”고 했다. 대중문화평론가 하재근씨는 “장르가 획일화되고, 아이돌 위주의 구성 등 일반적인 문제들도 산재하지만, 시대적 흐름이 스토리가 없는 단순한 병렬식 가수 쇼 프로그램에 감정을 이입하지 못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면서 “솔직하게 백약이 무효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밴드 음악을 주로 하는 음악기획사 이사 ㄴ씨는 “예전부터 대형 기획사의 가수가 아니라면 관심을 두지 않던 ‘반쪽 프로그램’이었다”면서 “스스로 외면받는 길을 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시청률이) 그 정도라면 차라리 힙합, 인디, 밴드 등 다양한 대중의 음악 요구를 수용해보는 쪽으로 과감히 변신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모든 음악 프로그램이 인기가 없는 것은 아니다. 후배 가수들이 선배의 음악을 재해석하는 KBS <불후의 명곡> 시청률은 지난 17일 7.4%를 기록했다. 지난해 종방한 MBC <나는 가수다> 시즌2 시청률도 10% 내외였다. 또 아마추어 경연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KBS <전국노래자랑>의 20일 방송 시청률은 9.6%였다. 21일 방송된 KBS <가요무대>는 10%로 집계됐다. 인기 가수들이 출연하는 지상파 3사 가요 순위 프로그램 3개 시청률을 모두 합해도 <전국노래자랑> <가요무대>보다 못한 셈이다.

KBS2 <뮤직뱅크>

KBS2 <뮤직뱅크>

MBC <쇼! 음악중심>

MBC <쇼! 음악중심>

MBC <쇼! 음악중심> SBS <생방송 인기가요>

MBC <쇼! 음악중심> SBS <생방송 인기가요>

지상파 3사의 가요 순위 프로그램은 현재 ‘계륵’에 가깝다. 방송사들이 시청률이 떨어져도 프로그램을 폐지하지 않는 것은 자사의 예능 프로그램 등의 섭외력을 높이기 위해 이 프로그램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신인을 이 프로그램에 출연시켜주는 대신 같은 기획사 톱스타들을 다른 프로그램에서 활용하는 식이다.

음악기획사 이사 ㄷ씨는 “한번 출연하면 댄서비, 의상비, 코디비, 진행비 등 500만~700만원이 드는 데 반해 출연료는 20만~40만원에 불과해 손실이 크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출연을 고집하는 이유로 “상징성”을 꼽았다. 그는 “가요계에는 여기에 나와야 ‘메이저’고 못나오면 ‘마이너’로 여기는 묘한 시선이 있고,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을 통해 퍼져 나가야 하는 방송용 무대 영상 콘텐츠도 어차피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중평론가 강태규씨도 “시청률은 저조하지만 뉴미디어 시대에 의해 음악 콘텐츠나 음악 소재 프로그램의 인기 자체가 감소했다고 할 수는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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