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

참여정부 때 홀로 거부했던 ‘검’ 창설 69년 만에 첫 ‘과거사 사과’

2017.08.08 22:23 입력 2017.08.09 11:09 수정

2008년 당시 임채진 총장 ‘사과·죄송’ 표현 비켜가

문무일 검찰총장(56)이 8일 검찰 창설 69년 만에 역대 검찰총장으로는 처음으로 과거사에 대해 사과했다. 지금까지 사법부, 경찰 등이 과거사 정리를 할 때도 유독 검찰만은 과거 잘못된 수사와 기소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참여정부에서 다 끝내지 못한 과거사 정리작업을 마무리짓고 검찰개혁도 추진하려는 문재인 정부의 초대 검찰총장으로 임명된 문 총장은 결국 취임 2주 만에 구체적 사건까지 언급하며 사과의 뜻을 나타냈다.

과거사 정리와 사과는 참여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경찰청, 국방부, 사법부가 차례로 진행했다.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 실종사건, 동백림사건, 삼청교육대사건 등이 조사 대상이었다. 당시 사법부는 적극적인 사과를 했다. 이용훈 당시 대법원장은 2008년 사법 60주년 기념식에서 “권위주의 체제에서 사법부가 헌법상 책무를 충실히 완수하지 못해 실망과 고통을 드린 데 대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에 따라 당시 잘못된 수사와 기소에 대한 책임이 있는 검찰도 사과를 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했다. 이에 검찰은 같은 해 열린 검찰 60주년 기념식에서 임채진 당시 검찰총장이 “(검찰이) 국민들께 실망을 끼쳐드린 순간들도 없지 않았다”며 “국법 질서의 확립이나 사회 정의의 실현에 치우친 나머지 국민의 인권을 최대한 지켜내야 한다는 소임에 보다 더 충실하지 못했던 안타까움이 없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사과’나 ‘죄송’ 등의 표현이 전혀 들어 있지 않은 데다 “수사 결과에 대한 의욕이 지나쳐 수사 절차의 적법성과 적정성을 소홀히 했다”고 언급해 진정한 사과와 반성이 아니라는 비판이 나왔다. 오히려 검찰은 기념식에서 박종철씨 고문치사 사건 등이 포함된 ‘검찰과 사회에 변화를 준 20대 사건’을 선정해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1년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함께 쓴 저서 <검찰을 생각한다>에서 “법원과 경찰은 어느 정도 과거사 정리를 했으나 검찰은 전혀 하지 않았다”며 “검찰이 과거사 정리를 거부한 것은 검찰 권한 행사의 정당성을 공격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였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개혁의 폭풍 앞에 선 검찰로서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권력기관으로서 과거사에 대해 사과하는 막차를 타게 된 것이다.

이날 문 총장이 뒤늦게 검찰의 과거 잘못을 사과하며 언급한 사건은 인민혁명당, 강기훈씨 유서대필,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이다. 인혁당사건은 박정희 정권 시절인 1964년과 1974년 정부에 반대하는 학생과 교수, 언론인 등을 ‘북한 지령을 받은 지하조직’이라며 기소한 것이다. 1974년 2차 인혁당사건에서는 대법원 판결이 확정된 지 18시간 만에 8명에 대한 사형이 집행돼 국제적 지탄을 받았다. 2005년 12월 재심이 시작돼 모두 무죄가 확정됐다.

강기훈씨 유서대필사건은 강씨가 1991년 5월 시민단체 동료였던 김기설씨가 노태우 정권 퇴진을 요구하며 분신했을 때 유서를 대신 쓰고 자살을 방조한 혐의로 3년간 투옥된 사건이다. 24년 만인 2015년 5월 대법원 재심에서 무죄 확정판결이 났다.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은 2000년 8월 전북 익산시에서 택시기사가 흉기에 찔려 숨진 사건이다. 당시 15세로 다방 커피 배달일을 하던 최모씨(32)가 범인으로 지목돼 10년형을 받고 복역하다 2010년 출소했다. 최씨는 지난해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아 검경의 부실·강압 수사 논란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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