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새누리당은 2014년에 왜 김영철을 환영했나

2018.02.23 21:12 입력 2018.02.23 21:13 수정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평창 동계올림픽 폐회식 대표단 파견에 대한 보수세력의 반발이 거세다. 자유한국당은 22일 논평을 내 “문재인 정부의 김영철 방문 허가는 대한민국을 배신한 이적행위”라고 비난한 데 이어 23일엔 청와대 앞에서 항의시위를 했다. “김영철을 긴급체포해 사살해야 한다”(김성태 원내대표), “무뇌아적 문재인 정부” 등 건전한 비판으로 보기 어려운 막말도 쏟아냈다.

보수 세력은 김 부위원장이 천안함 사건의 주범이므로 방남을 허용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김 부위원장이 천안함 사건 때 북한의 대남공작을 총괄하는 정찰총국장이었지만 이 사건을 주도했다는 증거는 없다. 이명박 정부의 민군합동조사단 역시 천안함 사건을 누가 주도했는지 적시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확인되지 않은 ‘김영철 주도설’을 들어 그의 방남을 반대하고 정부를 비판하는 것은 책임 있는 공당의 자세라고 할 수 없다.

이런 태도는 자기 부정이나 다름없다. 김 부위원장이 2014년 남북군사당국회담의 북측 대표로 남측을 방문했을 때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은 “남북 간에 대화 시도가 이뤄지는 일련의 상황들은 매우 바람직하다”는 논평을 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정부가 바뀌었다고 180도 입장을 선회하는 것은 반대를 위한 반대로 볼 수밖에 없다. 2014년 “전범인 인물까지 상대해야 하는 것이 남북회담의 현실”이라는 사설로 김 부위원장의 방남을 묵인했던 조선일보가 23일에는 “김영철이 대한민국 영토를 밟게 해서는 안된다”고 정반대 입장을 보인 것도 모순적이다. 김 부위원장과의 대화는 오직 보수 정부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보수 야당의 논리라면 남북 간에 대화는 금물이고 오직 전쟁밖에 할 게 없다. 북한의 역대 지도자는 대한항공기 폭파범이거나 목함지뢰 도발범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거 2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은 물론 박정희 정부의 7·4공동성명, 노태우 정부의 ‘남북기본합의서’도 이적행위로 문제 삼는 게 맞다. 그럼에도 보수 진영이 진보 정권의 대북 정책만 콕 집어 비난하는 것은 나라의 운명이야 어찌 되든 당파적 이득만 챙기면 그만이라는 위험한 이기주의일 뿐이다.

지금 한반도 정세는 언제 전쟁이 벌어질지도 모를 만큼 엄중하다. 전쟁을 막고 평화를 찾기 위해서라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고, 쓸 수 있는 수단을 다 동원해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 문제를 협상할 수 있는 김 부위원장이 온다. 이런 기회를 차버릴 수는 없다. 정쟁에 눈이 멀어 평화를 내팽개치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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