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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43번 게이트 난민, 1년2개월 만에 밖으로 나온다

2021.04.13 14:25 입력 2021.04.13 23:07 수정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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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국 박해 피해 지난해 도착
법무부가 난민신청 안 받아
터미널 쪽잠 생활 건강 악화

“환승구역에 방치한 행위는
인신보호법상 ‘수용’ 해당”
법원 첫 결정, 외부치료 길

아프리카인 A씨는 고국 내 정치적 박해를 피해 지난해 2월15일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법무부는 A씨의 난민신청을 받아주지 않았다. 난민심사서는 입국 심사를 받을 때 제출할 수 있다며 한국을 경유하는 비행기를 타고 온 ‘환승객’ A씨의 심사를 거부한 것이다. 이때부터 A씨는 인천공항 제1터미널 내 43번 게이트 앞 소파에서 쪽잠을 자며 버텨야 했다.

인천지법 제1-2행정부(재판장 이종환)는 지난해 6월 A씨에 대한 법무부의 난민심사 접수 거부가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법무부가 항소하면서 그의 공항 생활은 기약 없이 길어졌다. 그사이 A씨의 병세가 악화됐다. 박해를 피해 탈출하는 과정에서 지병을 얻었는데, 환승구역 내 불규칙한 생활로 탈장 증상이 생겨 쓰러지기도 했다. A씨는 제대로 된 검사도 받지 못한 채 진통제를 먹으며 하루하루 버텨왔다.

1년2개월가량 공항 환승구역에 갇혀 있던 A씨가 공항 밖으로 나갈 수 있게 됐다. 법원이 A씨를 공항 환승구역에 방치한 행위가 인신보호법이 정한 ‘수용’에 해당한다고 인정하면서다. 인천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고승일)는 13일 A씨가 법무부 인천공항 출입국·외국인청을 상대로 낸 수용 임시해제신청 사건에서 “A씨 수용을 임시로 해제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수용자 A씨는 난민신청을 포기하지 않고서는 환승구역을 벗어날 수 없으며, 환승구역에서 사생활의 보호·의식주·의료서비스 등 인간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처우를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난민신청자를 공항 환승구역에 방치한 행위를 법원이 인신보호법상 수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첫 사례다. 인신보호법은 자유로운 의사에 반해 국가·지방자치단체 등이 운영하는 의료·복지·수용·보호시설에 수용·보호 또는 감금된 사람을 ‘피수용자’로 규정한다. 법원은 신체의 위해 등을 예방하기 위해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피수용자 수용을 임시로 해제할 수 있다. 재판부는 “수용을 계속하는 경우 A씨에 대해 신체의 위해 등이 발생할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고, 피수용자의 현재 상황과 처우, 방치된 기간 및 수용자(법무부)의 태도 등에 비춰 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한 필요성 또한 인정된다”고 밝혔다. A씨는 공항 밖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예정이다.

A씨를 지원해 온 사단법인 두루의 이한재 변호사는 “그간 법무부는 환승구역에서는 자유로운 통행이 가능하고 원하면 출국이 가능하므로 수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해왔다”며 “이에 반해 공항 환승구역에 방치된 난민신청자를 피수용자로 인정한 국내 법원 최초의 판단이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또 “A씨의 대리인단은 난민신청자를 환승구역에 방치하는 것은 불법구금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법정에서 싸움을 이어나가고 있다”며 “법무부는 (환승구역 등에 체류 중인) 난민신청자들을 신속히 입국시켜 관련 절차를 진행하고, 불가피하게 공항 체류가 발생할 때는 최소한의 인간다운 처우를 보장하도록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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