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상원, 호세프 탄핵안 통과

2016.09.01 01:47 입력 2016.09.01 01:57 수정

브라질 상원이 31일(현지시간) 오전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68) 탄핵안을 찬성 61표, 반대 20표로 통과시켰다. 남미의 맹주 역할을 해온 브라질 노동자당(PT) 정권의 추락이 불러올 파장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호세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PT 지지자들은 브라질리아와 상파울루 등 대도시에서 연일 시위를 벌이고 있고, PT에 등 돌린 우파 진영은 내분에 더해 부패 의혹 부메랑을 맞았다. 리우 올림픽을 나름대로 성공적으로 치른 브라질은 다시 정정 불안에 발목을 잡혔다.

의원 81명의 브라질 상원은 30일 낮부터 14시간에 걸쳐 호세프 탄핵안 토론을 했다. 63명의 의원들이 나서서 입장을 밝힌 까닭에 토론은 31일 오전 2시30분에야 끝났다고 폴랴지상파울루 등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지난 4월부터 시작된 탄핵 절차는 31일 오전 표결에서 마침내 종결됐다. 이날 표결 결과는 토론에서부터 예고됐다. 정족수의 3분의2인 54명이 넘는 의원들이 탄핵에 찬성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호세프는 “민주주의를 위해 탄핵을 막아달라”며 호소했으나 소용없었다.

2002년 루이스 이냐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 취임으로 시작된 PT의 집권은 14년만에 끝나게 됐고,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 권한대행(75)이 2018년말까지 남은 임기를 떠맡는다. 브라질에서 대통령 유고로 선거 없이 권력이 넘어간 것은 1985년 이후 31년만이다. 테메르는 탄핵이 성사됨에 따라 이날 밤 곧바로 주요20개국(G20) 회의 참석차 중국 항저우로 떠날 예정이다.

불가리아 이민자의 딸인 호세프는 군부 독재정권에 맞선 게릴라 투사 출신이다. 모진 고문도 이겨내 군사정권 시절 ‘잔다르크’라는 별명을 얻었다. 룰라의 후계자로 브라질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 돼 재선에까지 성공했다. 하지만 자신이 준비한 리우 올림픽 전후로 각종 경제지표들이 호전되고, 신흥경제대국 브라질의 저력에 세계가 다시 주목하던 시점에 몰락을 맞았다.

호세프가 물러나도 정국이 바로 안정을 찾을 것이라 기대하기는 힘들다. 테메르가 이끄는 브라질민주운동당(PMDB)은 상원 최대 정당이지만 의석이 18석에 불과하다. 민주운동당은 PT와 연정을 구성했다가 국영 에너지기업 페트로브라스 부패 스캔들 등으로 호세프의 인기가 떨어지자 등을 돌렸다. 하지만 탄핵을 추진할 정도의 부패 혐의를 입증하지는 못했으며, 이 때문에 2012년 대선 캠페인 때 적자 재정을 흑자인 것처럼 보이게 회계조작을 했다는 이유를 들어 호세프를 탄핵했다.

그러나 탄핵 정국이 시작된 이후 오히려 테메르와 민주운동당의 부패 의혹이 줄줄이 터져나왔다. 지금 테메르와 손잡은 정당들도 언제든 갈질 수 있다. 브라질리아의 알보라다 대통령궁 앞에는 31일 PT 지지자들이 모여 집회를 시작했고, 반 호세프 시위대는 맞불 집회를 열었다.

임수진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지금도 영향력이 있는 룰라의 행보를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개혁 부진과 재정난, 장기집권에 대한 피로감 등으로 PT의 인기가 떨어졌다 해도 룰라의 지지율은 다른 대선주자에 비해 가장 높다. 임 교수는 “룰라가 가을 지방선거를 앞두고 세력을 결집하면서 다시 움직이고 있다”며 “2018년 대선에 룰라가 다시 나오면 당선될 확률이 가장 높다”고 말했다. 룰라는 최근 소셜미디어 활동을 재개했으며 29일 호세프가 탄핵심판의 마지막 변론을 위해 상원에 출석했을 때도 함께 상원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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