틸러슨 대북 대화 제안, 트럼프와 진짜 엇박자일까

2017.12.15 21:20 입력 2017.12.15 21:27 수정

미 백악관·국무부, 대북 정책 혼선없나

‘첫 만남은 조건 없이’…틸러슨 발언, 북한 의도에 대한 ‘떠보기’

비핵화·협상 가능성 탐색용…표현만 다를 뿐, 기존 입장은 불변

외교 전문가 “중요한 건 북·미 접촉 여부가 아니라 북한의 속내”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부 장관이 14일(현지시간) 워싱턴의 국무부 청사에서 ‘초국가적 범죄조직 근절을 위한 전략 대화’를 주재하기 위해 자리에 앉으려 하고 있다. 워싱턴 | EPA연합뉴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부 장관이 14일(현지시간) 워싱턴의 국무부 청사에서 ‘초국가적 범죄조직 근절을 위한 전략 대화’를 주재하기 위해 자리에 앉으려 하고 있다. 워싱턴 | EPA연합뉴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지난 12일(현지시간) ‘북한과의 조건 없는 첫 만남’ 제안을 한 지 하루 만에 백악관에서 “지금은 대화를 할 때가 아니다”라는 반응을 내놓은 것에 대해 미국 정부 내에서 대북 정책 기조를 두고 혼선이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과거 틸러슨 장관의 발언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면박을 줬던 상황이 재현되는 듯한 분위기다. 하지만 이번 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틸러슨 장관의 발언과 백악관의 언급이 서로 배치되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는 13일 최근 북한의 화성-15형 미사일 발사 등을 거론하면서 “지금은 북한과 대화를 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의 행동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협상할 수 있다”고 말해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보여야만 대화가 가능하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국무부도 백악관과 비슷한 톤의 반응을 내놨다.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은 “대화에 아무 전제조건이 없는 것이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아니다’이다”라며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 신뢰할 만한 대화 의사를 보일 때 우리는 대화에 열려 있다”고 말했다.

백악관과 국무부가 이처럼 틸러슨 장관과 결이 다른 언급을 함으로써 틸러슨 장관의 대북 대화 제안은 ‘해프닝’으로 취급되는 분위기다. 이번 일로 미국의 대외 메시지가 더욱 혼란스러워졌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하지만 이번 발언의 맥락을 꼼꼼히 살피면 틸러슨 장관과 백악관의 입장이 서로 엇갈리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틸러슨 장관의 대화론은 북한과 전제조건 없이 협상에 임하겠다는 취지가 아니라, 북한과의 첫 만남에는 조건을 달지 않겠다는 의미다.

일단 대면을 통해 북한의 의도가 무엇인지 파악해보겠다는 뜻이다. 북한이 비핵화의 의지가 있는지, 미국과 이 문제로 협상할 용의가 있는지 등을 탐색하기 위해 우선 만나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확인되면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갈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대화가 이어질 수 없다.

결국 북한의 태도 변화가 있어야 협상할 수 있다는 백악관의 설명이나,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보여야 대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국무부의 입장은 틸러슨 장관의 발언을 풀어서 전달한 것에 해당한다. 북핵 문제에 정통한 정부 당국자는 “국무부와 백악관이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며 “방점이 다른 데 찍혀 있고 표현이 다를 뿐 같은 말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와 달리 트위터나 직접 발언을 통해 틸러슨 장관의 발언을 뒤집지 않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특히 태국을 방문 중인 조지프 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도 15일 북·미 간 직접 대화 필요성을 언급했다.

윤 대표는 “대북 제재와 직접적인 외교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이것이 ‘최대한의 압박과 관여’라는 기조에 기반을 둔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더욱이 미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으로 협상 외에는 마땅한 선택지가 없다. 북한에 대한 군사적 행동에 착수하더라도 그에 앞서 북한 의중을 마지막으로 파악하는 절차를 먼저 거쳐야 하기 때문에 ‘탐색적 대화’는 필요하다. 이 때문에 미국과 북한의 직접적인 접촉은 시기의 문제일 뿐 어떤 식으로든 이뤄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내부 사정에 정통한 외교소식통은 “트럼프 행정부는 북핵 문제에 대해 무엇을 할 것인지 지금 결정을 내리기로 결정한 상태(decide to decide)”라며 “중요한 것은 미국이 북한과 접촉하는지 여부가 아니라 북한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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