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정세를 혼돈으로 빠트린 트럼프의 '예루살렘 선언'

2017.12.07 13:52 입력 2017.12.07 16:19 수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역대 미국 정부가 지켜온 원칙을 깨고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공식 인정했다. 노골적인 친이스라엘 정책에 팔레스타인과 중동, 이슬람 국가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중동 지역 정세가 격랑에 휘말리고, 미국의 고립은 가속화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제는 공식적으로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할 때라고 결정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 총리 관저, 대법원 등 정부기관들이 예루살렘에 있는 현실을 지적하며 이번 결정은 “현실을 인정하는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역대 미국 정부가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기를 거부했지만 평화협정을 이끌어내는 데는 실패했다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이번 결정은 “평화 프로세스의 진전을 위해 오래 전에 했었어야 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무부에 현재 텔아비브에 있는 이스라엘 주재 미국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하는 작업에 착수하라고 지시했다. 다만 이전에 필요한 시간을 고려해 대사관 이전을 6개월 보류하는 문서에 서명했다. 또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조만간 중동지역에 파견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선언은 미국 정부가 지난 70년간 지켜온, 예루살렘 지위 문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문제라며 원칙의 파기를 의미한다. 예루살렘 전체가 자신의 수도라는 이스라엘과 동예루살렘이 현재는 이스라엘에 병합됐지만 본래 자신의 영토였고 향후 국가 건설 후 수도로 삼겠다는 팔레스타인 사이에서 노골적으로 이스라엘 편을 들고 나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만 구체적 내용에서는 외교적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한 몇 가지 완충지대를 설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수도라고 선언한 예루살렘이 본래부터 이스라엘의 영토였던 서예루살렘을 의미하는지 아니면 팔레스타인이 자신의 수도라고 주장하는 동예루살렘까지 포함하는 것인지는 불명확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대사관 이전의 구체적 일정은 제시하지 않았다. 선언에 따른 정치적 효과는 누리면서 실제 이전은 수년 뒤로 미뤄놓음으로써 당장의 충격은 피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선언으로 중동은 격랑 속으로 빨려들 수밖에 없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는 미국의 예루살렘 수도 인정은 “이 지역에서 미국의 이해에 대한 지옥의 문을 연 결정”이라고 맹비난했다. 요르단은 이날 팔레스타인과 공동으로 아랍연맹(AL) 긴급회의 소집을 요청했고, 터키는 전날 이슬람협력기구(OIC) 긴급 회의를 제안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평화협정을 위한 미국의 중재노력은 사실상 무력화될 전망이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이번 결정은 “미국이 중재 역할을 포기한다는 선언”이라고 해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지지한다고 밝혔지만 ‘2국가 전략’은 존폐 위기에 처했다.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삼아 요르단강 서안지역과 가자지구에서 독립국가를 세우려는 팔레스타인의 계획이 실현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국제사회 전체가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비판하고 나서면서 미국의 고립은 심화되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노골적인 친이스라엘 정책을 표방하고 나선 만큼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의 친미 국가들도 당분간은 미국과 함께 가기가 어려워졌다. 중동과 이슬람국가들뿐 아니라 유럽연합(EU)과 유럽 각국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고 나섰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안토니우 그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병했다. 존 브레넌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워싱턴포스트에서 “무모한 결정이자 역사적으로 큰 실수”라며 “앞으로 몇년간 중동 내 미국의 이익을 크게 해치고 지역의 불안정성은 가중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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