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식품 산업 ‘집콕’에 득 봤는데 노동자 “일만 늘고 처우는 그대로”

2021.10.14 21:27

미국의 10월은 스트라이크토버?

할리우드 제작진 등 10만명

협상 미타결 땐 “파업 돌입”

할리우드 제작진을 비롯해 10만명이 넘는 미국 전역의 노동자들이 열악한 노동 여건을 토로하며 파업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와중에 찾아온 노동시간 증가와 별반 나아지지 않은 처우가 이들을 거리로 향하게 한 것이다.

로이터통신 등 미 현지 매체들은 13일(현지시간) 미국 영화·TV 콘텐츠 제작에서 촬영과 무대, 소품 등을 담당하는 노동자들로 구성된 ‘국제극장무대종사자연맹’(IATSE)이 이날 주요 제작사들을 상대로 노동조건 협상 시한을 다음주로 못 박았다고 전했다. 이때까지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6만여명에 달하는 조합원들이 파업에 들어갈 수 있다. 128년 IATSE 역사상 첫 파업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IATSE 이외에도 노동단체들의 파업이 이어지고 있다. 유명 식품제조업체 켈로그의 미시간·네브래스카·펜실베이니아·테네시주 공장 노동자 1400여명이 노동시간 단축 등을 요구하며 지난 5일부터 파업했고, 뉴욕과 매사추세츠주의 의료인력 2700여명도 파업에 돌입했다. 여기에 중장비·농기계 제조사인 존디어 노동자 1만명과 캘리포니아주 의료인력의 추가 파업 가능성까지 감안하면 10만여명이 거리로 나올 가능성이 점쳐진다. 일각에선 이달을 ‘스트라이크토버’(Striketober·파업과 10월의 합성어)로 부르고 있다.

파업의 불씨를 댕긴 원인 중 하나는 팬데믹이 불러온 일부 산업의 수요 폭증이다. 감염병 검사와 치료에 따른 의료계의 고충은 심화됐고, 집콕 생활로 TV 영화·드라마 수요가 늘어나자 엔터테인먼트 산업 노동자들의 격무도 잦아지고 있다. IATSE 측은 이날 “하루 노동시간이 최대 14시간까지 늘어났다”고 토로했다. 켈로그 노동자들도 학교 폐쇄 이후 시리얼 판매가 급증하며 주 7일이나 하루 16시간 근무를 감당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선 직원들의 보충이 필요하지만 인력 수급은 원활하지 않다. 최근 미국 내에서 일하거나 구직활동을 하는 이들의 비율(경제활동참가율)은 61.6%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팬데믹 이전 63%대에 비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사람을 구하는 기업들은 늘어났지만 열악한 여건의 일자리에는 굳이 가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팽배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인력 수급이 원활하지 않기에 기존 노동자들의 파업에 사업주가 대응하기도 어려워졌다. 협상력이 강해진 노조들이 파업을 강행할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팬데믹 기간에 폭증한 사업주들의 이익에 비해 미미하게 오른 노동자들의 급여도 집단행동의 원인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넷플릭스나 켈로그, 존디어 등의 업체들은 최근 눈에 띄는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하지만 미국 노동자들의 최저임금이나 실질임금은 장기간 정체 상태이다. 사업주들이 최근 인센티브나 임금 인상안을 제시하고 있으나 늘어난 노동시간이나 물가 상승률과 비교해 노동자들을 만족시키기 힘든 분위기다.

미국 내 학계나 시민단체에서는 팬데믹 시기 전후로 드러난 노동자들의 열악한 복지 여건에도 주목하고 있다. 미국의 대다수 사업주들은 유급 병가를 보장하지 않아 팬데믹 상황에 노동자들의 고충을 가중시켰으며, 사태 초기에는 직장 내 방역에도 미온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빌 클린턴 정부 시절 노동부 장관을 지낸 로버트 라이시는 이날 파이낸셜타임스 기고에서 “임금과 위험수당, 보육, 유급병가, 의료 등의 부족이 시정되지 않으면 많은 미국인들이 직장으로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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