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의 아프간 귀환 ‘속 편한 나라’는 없다

2021.08.19 21:10 입력 2021.08.19 21:11 수정

주변국 복잡한 속내

파키스탄 ‘자국 테러’ 우려
인도는 3조 투자금 날릴 듯
이란, 물 공급·난민에 엮여
중국은 소수민족 자극 걱정

탈레반의 귀환으로 아프가니스탄 주변국인 파키스탄, 인도, 이란의 속내가 복잡해졌다. 세 국가는 그간 탈레반 또는 아슈라프 가니 전 아프간 정부와 전략적으로 제휴해왔지만, 탈레반 집권이 자국 내 난민 유입이나 테러 증가 피해로 돌아올까 걱정하고 있다. 미군이 떠난 아프간엔 중국이 끼어들면서 미·중 동맹에 따라 아시아 지역 역학관계도 요동치고 있다.

■희비 엇갈린 파키스탄·인도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는 지난 16일 “아프간인이 노예의 족쇄를 깨뜨렸다”며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을 환영했다. 파키스탄은 2001년 미국의 아프간 침공 당시 미군에 군사기지를 제공했지만, 국경 분쟁 중인 인도를 견제하기 위해 탈레반을 몰래 지원해왔다고 포린폴리시가 전했다. 파키스탄은 탈레반의 발원지이기도 하다.

그러나 파키스탄이 탈레반을 지지한 결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탈레반의 지원을 받는 단체 파키스탄 탈레반(TPP)의 국내 테러도 덩달아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파키스탄 동부 펀자브주에서 19일 열린 시아파 종교행사 도중 폭탄이 터져 3명 이상이 숨지고 50여명이 다쳤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아프간 난민도 부담이다. 아리프 알비 파키스탄 대통령은 17일 “테러리스트 유입을 막기 위해 아프간 국경에 울타리를 쳤다”고 밝혔다고 국영 APP통신이 전했다.

반면 파키스탄의 숙적 인도는 탈레반의 귀환이 달갑지 않다. 인도는 지난 20년간 아프간에 30억달러(3조5000억원)를 투자했다. 경제 매체 쿼츠는 18일 인도 정부가 그간 가니 전 아프간 정권과 추진해온 경제 사업을 탈레반이 계속 허용할지 불투명하다고 전했다. 인도는 탈레반과 파키스탄의 관계가 좋아지면 인도를 겨냥한 테러가 늘어날 것 이라 우려한다.

■물 부족 해결 원하는 이란

이란은 최근 탈레반과 거리를 좁혀오고 있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16일 미국의 아프간 철수를 “군사적 패배”로 평가하면서 “이란은 아프간의 안정 회복 노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시아파 맹주인 이란과 수니파 극단주의를 표방하는 탈레반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적대 관계였다. 이란은 탈레반이 아니라 북부의 시아파 소수민족들을 지원했고, 이에 반발한 탈레반이 1998년 이란 외교관을 살해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 때문에 이란은 미국의 아프간 침공 이후 탈레반보다는 새 아프간 정부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이란은 물 분쟁을 겪으면서 가니 전 정부와 사이가 틀어졌다. 아프간 정부는 이란으로 흐르는 남서부 헬만드강 상류에 댐을 세우고 이란에 대한 물 공급량을 통제해왔다. 강 상류를 점유한 가니 전 대통령은 지난 3월 “더는 이란에 공짜 물을 줄 수 없다”면서 물을 더 받고 싶으면 석유를 달라고 주장했다.

게다가 이란은 파키스탄(144만명)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아프간 난민(78만명)을 수용하고 있다. 이란 입장에선 난민 유입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아프간의 안정이 필요하다.

중국 입장에서 탈레반은 독이 든 성배나 마찬가지다. 중국은 미국이 떠난 틈을 노려 아시아 지역에서 영향력 확대를 도모할 수 있지만, 탈레반이 신장위구르의 분리주의 운동 단체인 동투르키스탄 이슬람운동(ETIM)을 지원할까 경계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8일 이슬람 국가인 이란·이라크 대통령과 잇따라 통화하며 중동과 중앙아시아에서의 영향력 확대에 나섰다. 또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파키스탄·터키 외교장관과 통화해 아프간 정세에 대해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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