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아프간인 인터뷰

“아프간 난민 수용 전 세계가 나서야”

2021.08.19 21:08

“현지인들 떠날 방법 전무

국제사회의 도움 필요해”

한국 정부, 난민문제 침묵

“대통령도, 군대도, 경찰도 없는 나라에 있다고 상상해 보세요. 지금 아프가니스탄은 대혼란 그 자체입니다.”

아프가니스탄 출신 아프잘 칸(35)은 19일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고국의 상황을 이렇게 표현했다. 칸은 탈레반 세력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신변 위협을 받아 2014년 가족을 두고 한국으로 망명했다. 그러던 중 지난 15일 탈레반이 아프간 수도 카불에 입성해 대통령궁을 장악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칸은 “(내가 떠난) 그때와 상황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나쁘다”고 말했다.

칸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현재 카불에 살고 있다. 칸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족과 영상통화를 했다. 하지만 탈레반 집권 이틀 만인 16일부터 연락이 끊겼다. 칸은 “아침, 점심, 저녁으로 가족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며 “전화나 문자메시지 전부 다 연결이 안 돼 너무나 불안하다”고 말했다.

칸이 마지막으로 접한 소식은 아버지가 아파도 병원에 못 간다는 것이었다. 그는 “지난주부터 아버지가 편찮으시다”며 “몸에 통증이 있고 혈압과 체온도 높다고 하는데, 정확히 무슨 병인지도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을 구하기 위해 카불을 떠나 낭가르하르주에 혼자 살고 있는 남동생 역시 머무는 곳이 너무 위험하다며 다른 나라로 떠날 수 있도록 자기를 도와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비행기에 매달려 탈출을 시도하는 영상 등 아프간 현지 상황이 각국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 칸은 국제사회의 관심을 고맙게 생각하면서도 난민 수용 같은 실질적인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영국 내무부가 아프간에서 탈출한 난민들을 수용하겠다고 선언했지만 현지에서는 사람들이 아프간을 떠날 방법조차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아프간 난민 문제를 놓고 책임을 미루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16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난민을 자국에 수용하는 ‘직접 지원’보다 파키스탄 등 아프간 이웃 국가들을 ‘간접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오스트리아 등 일부 유럽 국가들은 난민이 들어오면 추방하겠다고 선언했다. 아프간 주변 국가들도 난민 수용을 꺼리기는 매한가지다.

한국 정부는 난민 수용과 관련해 별도의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당장 칸 본인도 신변에 위협을 느껴 한국에 온 지 올해로 7년째이지만 아직 난민 인정을 받지 못했다.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재차 난민 신청을 했지만 심사 결과가 언제,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다. 칸은 신분이 보증되지 않아 일거리를 찾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탈레반은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를 극단적으로 적용해 인권을 탄압한다. 칸은 “내가 믿는 이슬람교는 모두에게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게 한다. 하지만 탈레반은 자신들의 율법을 따르지 않으면 죽게 만든다”며 “누구도 탈레반을 믿지 않는다. 매일 충돌은 커지고 상황은 더 위험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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