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 없다’던 탈레반, 서방 협력자들 집 일일이 방문해 위협

2021.08.20 20:43

아프간 정부군·경찰 등 표적

“신고 않으면 가족들 처리” 경고

“모든 국가와 우호 관계 원한다”

탈레반 대변인, 또 이중적 태도

아프가니스탄 시민들이 102주년 독립기념일인 19일 수도 카불에서 탈레반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며 아프간 국기를 들고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카불 | 로이터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시민들이 102주년 독립기념일인 19일 수도 카불에서 탈레반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며 아프간 국기를 들고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카불 | 로이터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보복은 없다’는 공개 발표와 달리 서방에 협력한 아프간인들을 조직적으로 관리해 색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프간에서는 탈레반에 반대하는 움직임도 확산하고 있다.

■탈레반, 서방 협력자·가족 위협

탈레반이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협력한 것으로 추정되는 현지인들을 찾고 있으며, 이들의 가족까지 위협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19일(현지시간) 입수한 비공개 유엔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 보고서는 국제기구에 위험 지역 정보 등을 제공하는 노르웨이 글로벌 분석센터가 전날 작성해 유엔에 제공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탈레반의 주요 표적은 아프간 정부군과 경찰, 수사·정보기관 구성원 등이다. 탈레반은 지난 16일 미국·영국과 협력해온 아프간 정부 대테러 요원에게 보낸 서한에서 자진 신고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가족을 “샤리아법(이슬람 율법)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탈레반은 처벌하고자 하는 이들의 명단과 위치 자료를 가지고 있으며, 집을 일일이 방문해 이들 가족이 항복하지 않으면 체포하거나 살해하겠다고 위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공식 자금 거래자를 압박해 아프간군 수배자를 추적하고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탈레반이 앞서 아프간 정부 측 인사들과 서방 협력자에게 보복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약속한 것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다고 뉴욕타임스가 지적했다.

탈레반은 그러면서도 “미국 등 세계 모든 국가와 우호적인 관계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아프간 뉴스통신 아리아나는 이날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이 102주년 독립기념일 기념식에서 “세계는 우리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보도했다. 무자히드 대변인은 만약 어떤 국가들이 자국 일에 개입한다면 그에 맞서 다시 봉기하겠다고도 했다.

■시민들, 국기 흔들며 “우리의 정체성”

저항하는 시민들 시위 확산하며
무력 진압에 사망·부상자 속출
무장 저항 정치세력 움직임 감지

카불 등 주요 도시에서는 탈레반 재집권에 저항하는 시민들의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 탈레반이 시위대를 무력으로 진압하면서 사망자와 부상자도 속출했다.

독립기념일인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영상에서 여성이 포함된 시위대는 아프간 국기를 흔들며 “우리의 깃발, 우리의 정체성”이라고 외쳤다. 일부 시위에서는 시민들이 탈레반 깃발을 찢기도 했다. 탈레반은 이날 동부 아사다바드에서 시위대를 향해 발포해 2명이 숨지고 최소 6명이 부상했다. 카불에서는 20여명이 다쳤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전날에도 동부 3개 도시(잘랄라바드·후스트·아사다바드)와 낭가르하르·쿠나르 등에서 시위가 열렸다. 잘랄라바드에서는 탈레반이 자신들의 깃발을 내리는 시민들에게 총격을 가해 최소 2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쳤다고 알자지라가 전했다. 낭가르하르와 후스트 등에서도 최소 1명이 사망했다. 탈레반은 후스트 지역 시위대를 해산시키고 19일 24시간 통행금지령을 내렸다. 카불 시위 현장에 있었던 한 시민은 “총격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마치 전쟁터 같았다”며 “카불을 점령한 첫날 탈레반은 시민들에게 적대적이지 않았지만 점차 공격적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했다.

탈레반에 저항하려는 정치 세력의 움직임도 감지된다. 아흐마드 샤 마수드 전 국방장관의 아들 아흐마드 마수드 등이 아직 탈레반에 장악되지 않은 북부 판지시르 계곡에서 2001년 아프간 침공 당시 미국과 맺은 북방동맹의 기치 아래 무장 저항을 시작하자는 논의를 하고 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헌법상 임시 대통령이라고 주장한 암룰라 살레 부통령, 비스밀라 모하마디 국방장관 등도 함께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아흐마드 샤 마수드 전 장관은 1980년대 구소련이 아프간을 침공했을 때 무장 게릴라 무자헤딘을 이끌고 싸웠다. 아흐마드 마수드는 지난 18일 워싱턴포스트 기고에서 “탈레반에 대한 저항이 시작됐다”며 미국 등 서방국가들의 도움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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