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아 실종의 나라’였던 인도, 출생성비 불균형 회복 조짐?

2022.08.25 22:01 입력 2022.08.25 22:03 수정

가부장적 부계 전통 영향

남아 선호 강한 ‘시크교도’

130명서 20년 만에 110명

남아 선호가 극심한 인도에서 출생성비가 조금씩 정상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퓨리서치센터는 24일(현지시간) 인도의 국가가족건강조사 결과 2019~2021년 출생성비(여아 100명당 남아 비율)가 108.1명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인도의 출생성비는 2011년 111.2명을 기록한 이후 하락세로 전환, 2015년 109.3명으로 내려왔다.

퓨리서치센터는 이번 하락이 특히 시크교도에서 출생성비가 정상화된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인도에선 종교 집단별로 출생성비가 다른데, 시크교도는 그동안 인도 평균을 웃도는 출생성비 불균형을 보여왔다. 시크교도의 출생성비는 2001년 130명에서 2011년 121명을 거쳐 현재 110명으로 낮아졌다. 그다음으로 불균형이 큰 종교 집단은 힌두교도로, 2001년 111명에서 이번 조사에서 109명으로 내려왔다.

보통 출생성비는 105명 내외를 자연성비로 본다. 인도의 출생성비는 1950년대와 1960년대만 하더라도 자연성비인 105.4~105.5명 수준이었다. 그러나 1971년 임신중단이 합법화되고, 1980년대에 초음파 검사로 성감별이 더 쉬워지면서 여아 선별 임신중단이 늘었다고 퓨리서치센터는 설명했다. 그 결과 인도의 출생성비는 110명대로 올라 거의 20년간 유지됐다.

인도의 뿌리 깊은 남아 선호는 출생성비 불균형을 초래한 주원인이다. 인도에서는 여성이 결혼할 때 지참금을 내는 문화, 아들이 집안의 대를 잇는 전통, 각종 의례를 남성이 주도하는 종교적 배경 등에 따라 남아를 선호해 왔다. 특히 가부장적 부계 전통이 강한 인도 북부와 서부에서 이런 경향이 두드러진다는 연구도 있다.

결국 1994년 의사가 예비 부모에게 태아의 성별을 알리는 것이 불법화됐고, 2015년엔 인도 정부 차원에서 ‘딸을 구하라’는 캠페인을 벌였다.

하지만 이미 여아 선별 임신중단으로 인해 2000년에서 2019년 사이 최소 900만명의 여아가 ‘실종’됐다고 센터는 분석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아마르티아 센은 인도를 ‘실종된 여성의 나라’로 부른 바 있다. 최근 성감별이 줄어든 점을 감안하면, 매년 실종된 여아는 2010년 48만명에서 2010년 21만명으로 감소한 것으로 추산된다. 퓨리서치센터는 이렇게 여아가 실종된 사회에서는 결혼 시장에서 신부를 구하기 어려워지고, 여성 인신매매와 같은 사회문제가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를 두고 회의적인 시선도 나온다. 연구원이자 인권활동가인 사부 조지는 “(출생성비) 1%포인트 감소는 약간의 개선일 뿐이며 정상화라고 하는 건 과장이자 왜곡”이라고 BBC방송에 밝혔다.

또 다른 연구원 아미트 쿠마는 “2012년부터 여아 유산 및 유기 건수가 증가하고 있다”면서 “성감별 검사가 다소 줄었다고 해도 여아를 선별 임신중단하고 싶다면 어느 병원에 상담해야 하는지 모두가 안다. 변화에는 시간이 걸리고 속도는 매우 느리다”고 BBC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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