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리옌훙 함께 ‘중국 금연운동’

2011.06.12 21:35
베이징 | 조운찬 특파원

양 재단 자매결연 … 미·중 민간 공익사업 연대

지난 11일 미국과 중국의 최고 부호로 꼽히는 두 사람이 베이징의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 사람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창업자인 빌 게이츠(56)이고 다른 이는 중국 최대 검색엔진 바이두의 회장 리옌훙(李彦宏·43)이었다. 게이츠는 자산보유 규모 560억달러로 포브스 선정 세계 부호 순위 2위이며 리옌훙은 94억달러를 소유한 중국 최고 부자다.

양국 정보기술(IT) 업계를 대표하는 두 사람이지만,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IT나 컴퓨터에 관한 사업 얘기는 한마디도 없었다. 두 사람은 회견장에 앉자마자 재킷을 벗고 나란히 녹색 티셔츠로 갈아입었다. 셔츠에는 ‘간접흡연, 나는 싫어’(被吸烟 我不干)라는 글자가 쓰여 있었다. 리옌훙이 게이츠에게 중국어 6개 글자의 의미를 설명하자 장중에서는 박수가 터져나왔다.

두 사람의 만남은 미·중 민간 공익사업의 연대를 알리는 서곡이었다. 게이츠와 리옌훙은 이날 중국인의 건강권 확보를 위해 세계적인 공익사업에 착수했다. 게이츠가 이끄는 빌 & 멜린다 게이츠 재단과 리옌훙이 대표로 있는 바이두공익기금회는 자매결연을 맺고 앞으로 중국 내 금연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간접흡연의 심각성을 일깨우는 활동을 진행한다는 내용의 합의문건에 서명했다. 현지언론들은 서명식에 중국 금연협회 황제푸 회장(위생부 부부장)과 중국 홍십자회 왕웨이 당서기가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바이두의 리옌훙 회장(왼쪽)과 마이크로소프트 창립자 빌 게이츠가 지난 11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금연운동 캠페인 기자회견에서 ‘간접흡연, 나는 싫어’라는 글귀가 쓰인 셔츠를 입고 있다. 베이징 | AP연합뉴스

중국 바이두의 리옌훙 회장(왼쪽)과 마이크로소프트 창립자 빌 게이츠가 지난 11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금연운동 캠페인 기자회견에서 ‘간접흡연, 나는 싫어’라는 글귀가 쓰인 셔츠를 입고 있다. 베이징 | AP연합뉴스

게이츠가 중국인을 위한 공익 자선활동에 참여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2008년 6월 MS사의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빌 & 멜린다 게이츠 재단 업무만을 관장하고 있는 게이츠는 이듬해 중국 에이즈 예방·퇴치를 위해 5000만달러를 내놓았다. 지난해 9월에는 중국을 방문, 베이징에서 부호 50여명을 초청해 만찬을 갖고 기부문화 확산 등 부자들의 사회적 책임을 역설한 바 있다.

게이츠는 이날에도 “자선은 어렸을 때 작은 일, 적은 돈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자선의 경험을 쌓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중국의 자선사업에 대해서는 “자신들의 방식으로 자선사업을 발전시켜 가고 있다”면서 영화배우 리롄제가 1인당 1위안씩 기부하자는 취지로 만든 공익단체 일(壹)기금회의 활동을 주목했다. 게이츠는 이날 베이징대학 강연에서도 “돈이 없어도 자선사업에 뛰어들 수 있다”며 젊은이들의 자원봉사, 사회참여를 강조했다.

게이츠와 리옌훙이 공동 공익사업으로 금연운동에 나선 것은 중국이 세계 최대의 담배 생산국이자 소비국이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흡연인구는 3억여명이며 간접흡연인구만 7억4000만명에 달한다. 매년 흡연 관련 질병 사망자도 100만명을 웃돈다. 중국의 15세 이상 흡연율은 28.1%(남성 52.9%, 여성 2.4%)로 조사됐다.

게이츠재단과 바이두공익기금회는 곧 중국의 금연법 준수, 간접흡연 거부, 금연교육, 과학적인 금연법 보급 등의 캠페인에 돌입할 예정이다. 게이츠는 “게이츠재단과 바이두공익기금회의 파트너십은 끝없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해 금연 캠페인 이외에 추가 사업이 계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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