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봉쇄 2주째 중국 시안…“게임기 줄게, 라면 다오”

기약 없는 ‘제로 코로나’ 정책

시민들 외출 막히며 식량난

물물교환까지…“원시사회”

외출이 금지되고 생필품이 부족해진 중국 시안에서 주민들이 게임기와 식료품을 맞바꾸는 모습. 웨이보 캡처

외출이 금지되고 생필품이 부족해진 중국 시안에서 주민들이 게임기와 식료품을 맞바꾸는 모습. 웨이보 캡처

1300만명이 사는 중국 산시(陝西)성의 성도 시안(西安)시가 코로나19 확산으로 도시 전체를 전면 봉쇄한 지 2주가 지났다. 외출이 금지되고 봉쇄가 장기화되면서 생필품이 부족해지자 주민들은 이웃 간 물물교환으로 하루하루를 겨우 버티고 있다.

시안시는 지난달 9일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지역사회 전파가 확산되자 23일부터 열차와 항공기 운항을 중단하고 고속도로를 폐쇄해 도시를 전면 봉쇄했다. 5일로 봉쇄 14일째를 맞으면서 도시는 혼란에 휩싸인 모습이다.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웨이보에는 시안 주민들이 담배나 게임기 등 당장 필요하지 않은 물품을 쌀이나 야채, 라면 같은 식료품과 교환하는 모습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주민 왕모씨는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시안에서는 모든 것이 물물교환되고 있다”며 “먹을 것이 충분하지 않아 같은 건물에 사는 사람들과 물건을 교환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웨이보에는 “시안이 원시사회로 회귀했다”고 꼬집는 글들도 올라오고 있다.

방역당국은 당초 시안 주민들에게 생필품 구입을 위해 가구당 1명은 이틀에 한 번씩 외출을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자 지난달 27일부터는 외출을 전면 금지시킨 상태다. 이후 방역당국이 직접 생필품을 공급하기로 했지만 배송이 제때 이뤄지지 못하면서 주민들이 생활에 큰 불편을 겪고 있다.

극단적인 방역조치로 인한 사건·사고도 일어나고 있다. 지난달 31일에는 만두를 사러 집을 나서던 한 주민이 아파트단지 입구에서 방역요원에게 폭행을 당하는 일이 발생해 논란이 일었다. 또 지난 1일에는 임신 8개월된 여성이 갑작스럽게 복통을 호소해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병원 입구에서 2시간 넘게 핵산검사 결과를 기다리다 결국 태아를 유산했다는 글이 웨이보에 올라왔다.

시안의 도시 봉쇄는 언제 해제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연말 매일 150명 이상씩 발생하던 확진자 수는 지난 4일 35명까지 떨어졌지만 방역당국은 ‘제로 코로나’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중국의 강력한 방역조치는 다음달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당분간 다른 지역에서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방역당국은 지난 3일 일부 무증상 감염자가 나온 허난(河南)성 위저우(禹州)시에 대해서도 주민들의 외출과 차량 통행을 제한하는 조치를 내렸고, 저장(浙江)성 닝보(寧波)시에서도 일부 지역을 봉쇄했다. 늦으면 내년 초까지도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유지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3연임을 확정짓는 올가을 제20차 당대회와 바이러스가 확산되기 쉬운 겨울철을 지나 내년 봄까지도 국경 통제 조치 등이 이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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