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형 당한 '마녀들', 수백년 만에 누명 벗을 수 있을까

2021.12.20 15:03 입력 2021.12.20 15:08 수정

마녀라는 이유로 붙잡힌 사람의 화형식을 그린 이미지. 위키피디아

마녀라는 이유로 붙잡힌 사람의 화형식을 그린 이미지. 위키피디아

마녀 재판에서 억울하게 처형 당한 피해자들이 수백년 만에 사면받을 수 있을까.

영국 선데이타임스는 19일(현지시간) 스코틀랜드 의회 최다석을 차지한 국민당원을 수반으로 한 스코틀랜드 정부가 마녀사냥법을 적용받아 무고하게 기소당했던 피해자들을 사면하는 법안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고 보도했다. 현재 스코틀랜드 의회 129석 중 국민당은 64석, 연정을 이루고 있는 녹색당은 7석을 차지하고 있다. 해당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면 영국 최초로 마녀사냥 피해자들의 유죄 기록이 없어지게 된다.

1563년 만들어져 173년간 시행된 ‘마녀법’에 따라 스코틀랜드 곳곳에서는 마녀 사냥이 자행됐다. 마녀로 몰린 주요 대상은 지위가 낮은 여성이었다. 지난 2년간 마녀법 피해자 사면 운동을 펼쳐온 시민단체 ‘더위치스오브스코틀랜드’는 3837명이 마녀법을 적용받아 기소됐으며 이 중 84%가 여성이었다고 밝혔다. 기소된 인원의 3분의 2가량은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마녀사냥 연구자 브리짓 마샬은 더컨버세이션 기고에서 “아이를 낳고 자녀를 양육하고 가정을 관리하는 정해진 역할을 벗어난 여성이 주로 마녀사냥의 표적이 됐다”고 썼다.

당시 마녀로 몰린 사람들은 황당한 이유로 기소됐다. 1629년 에든버러성에서 처형된 소작농의 아내 이소벨 영은 올빼미로 변신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외에도 악마를 만난 혐의, 이웃의 숙취를 유발하는 주문을 건 혐의 등으로 체포됐다. 당시 스코틀랜드 사법부는 마녀로 몰린 사람을 대상으로 손톱을 뽑거나 바늘로 찌르는 등의 고문을 자행했다. 감금된 피해자들은 고문 행위를 버티지 못해 자신이 마녀라고 거짓 자백하기도 했다.

유럽 마녀사냥 물결은 15세기 이후 이교도의 침입과 종교개혁으로 분열된 상황에서 시작됐다. 종교 전쟁, 전염병 창궐, 기근 등으로부터 ‘탓할 거리’를 만들기 위해 마녀법을 만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럽사회에서 마녀사냥은 논리적 타당성을 중시 여기는 합리주의가 번진 17~18세기 이후 점차 사라졌다. 하지만 중동, 아시아, 아프리카 등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요술을 부린다는 이유로 유죄 선고를 하는 마녀사냥이 이어지고 있다.

영국에서는 20세기 들어 수차례 마녀사냥 피해자 사면 운동이 진행됐지만 주요 정치인들의 반대로 법안 통과는 이뤄지지 못했다. 1998년 영국 내무장관이던 잭 스트로는 “당시 법안에 따른 판결”이라며 사면론에 반대했다. 앞서 미국 메사추세츠주는 2001년 세계 최초로 마녀 사냥 피해자를 사면했다.

마녀사냥 사면 운동가들은 이번 법안이 현대 사회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한다. 사면안을 발의한 국민당 나탈리 돈 스코틀랜드 의회 의원은 “마녀사냥 판결이 바로잡히면 사회에 남은 가부장적 사고방식에 도전하는 것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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