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팔레스타인 비무장땐 국가 인정”

2009.06.15 18:24
이청솔기자

이스라엘 ‘두 국가 공존 해법’ 첫 공개 수용

미국 “중요한 진일보”… 팔 “수용 불가” 반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비무장을 조건으로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을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강경 보수파인 네타냐후 총리가 ‘두 국가 해법’을 공개적으로 수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은 ‘중요한 진일보’라며 환영한다고 밝힌 반면 팔레스타인은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네타냐후는 14일 텔아비브 교외 바르-일란 대학에서 행한 연설을 통해 “두 민족이 상호존중에 입각해 각자의 국기, 국가, 정부를 가지고 자유롭게 살아가야 한다”는 평화안을 밝혔다. 또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조건 없는 평화협상 재개를 제안했다.

그는 그러나 팔레스타인의 완전한 비무장을 국제사회가 확실히 보장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스라엘이 ‘유대인 국가’임을 팔레스타인이 공개적으로 인정해야 한다고도 했다.

네타냐후는 “팔레스타인 난민 문제는 이스라엘 영토 밖에서 해결돼야 한다”고 밝혀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 고향을 떠난 난민과 그 후손들이 이스라엘로 돌아올 권리를 갖는다는 팔레스타인의 요구도 일축했다. 이어 “예루살렘은 통합된 형태로 이스라엘의 수도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언급해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당시 이스라엘이 점령한 동예루살렘의 반환을 거부했다.

요르단강 서안지구 정착촌과 관련해선 “정착촌 내 일상생활은 계속 허용돼야 한다”면서 인구의 ‘자연적 성장’을 수용하기 위한 신규 건축을 허가할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가자지구 내에 법치를 확립하고 강경 무장정파 하마스를 제압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네타냐후의 연설에 대해 미국은 긍정적 입장을 보였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네타냐후가 두 국가 해법에 대해 ‘중요한 진일보’를 보여주었다”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네타냐후의 연설은 지난 4일 오바마 대통령이 이집트 카이로에서 연설하며 두 국가 해법을 강조한 데 대한 화답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반면 팔레스타인은 네타냐후가 내건 조건들을 수용할 수 없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나빌 아부 루데이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대변인은 “네타냐후의 연설은 지금까지의 모든 노력을 파괴하고 마비시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알자지라 방송의 중동지역 평론가 라미스 안도니는 “군사력이 없는 팔레스타인 국가는 이스라엘 통제 아래 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며 “네타냐후는 두 국가 해법 원칙을 받아들이지 않은 셈”이라고 말했다. 팔레스타인은 또 이스라엘을 유대인 국가로 인정할 경우 난민 귀환이 어려워지고 이스라엘 내 아랍인들의 지위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며 이에 반대하고 있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네타냐후의 조건들은 팔레스타인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네타냐후가 미국의 압박 때문에 팔레스타인에 대한 입장 변화를 국제사회에 밝히되 정치적 우군인 보수파의 비판을 비껴갈 수 있는 타협점을 찾은 것뿐이라는 얘기다.

이제 공은 다시 오바마에게 넘어갔다는 지적도 나온다. 팔레스타인과의 새로운 관계 설정을 시도하는 네타냐후에 대해 오바마가 만족감을 표할지, 더 많은 것을 요구할지가 새로운 관심사라고 하레츠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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