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도 '이스라엘 수도 예루살렘' 일제히 비판… "두국가 해법으로 문제 해결해야"

2017.12.07 15:37 입력 2017.12.07 15:53 수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공식 인정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공식 인정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공식 인정한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성명이 발표된 가운데, 미국의 동맹국을 포함한 주요국들은 이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미국의 이번 결정으로 중동 지역 내 긴장이 고조될 것을 우려하면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직접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기존의 원칙을 재확인했다.

■유럽

중동 정책에 있어 미국과 보조를 맞춰오던 유럽 국가들도 이번 결정에 우려를 표했다. 유럽 국가들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공존을 목표로 하는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하면서 예루살렘을 어느 한 쪽의 수도로 인정하는 것을 경계해왔다.

유럽연합은 이번 결정으로 중동 지역의 평화가 위태롭게 됐다고 우려했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지난 6일(현지시간) 성명서를 통해 “예루살렘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두 국가의 수도가 되어야 하며, ‘두국가 해법’의 실현을 위해 유의미한 평화 협상을 재개해야 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이스라엘의 동예루살렘 합병 시도는 국제법 위반’이라는 1980년 유엔 결의안을 인용하기도 했다.

각국 정상들도 이번 결정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은 중동의 평화를 기대하는 이들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 문제에 관한 영국의 입장은 명확하고 오래됐다”며 “예루살렘의 지위 문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협상을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두 국가가 공유하는 수도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영국의 오랜 입장”이라고 말했다. 텔아비브에 위치한 주이스라엘 영국 대사관을 이전할 계획이 없다는 뜻도 밝혔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대변인은 트위터를 통해 미국의 결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메르켈의 말을 인용해 “독일 정부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는) 미국의 입장을 지지하지 않는다”며 “예루살렘의 지위는 두 국가 해법의 틀 안에서만 협상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는 공식적인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정에 유감이다”며 “무슨 수를 써서라도 폭력만은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파울로 젠틸로니 이탈리아 총리도 트위터를 통해 “예루살렘은 성지다. 예루살렘의 미래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라는 평화 협상의 틀 안에서만 결정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오는 8일(현지시간) 예루살렘 관련 긴급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프랑스, 이집트, 세네갈, 스웨덴, 이탈리아, 영국, 볼리비아, 우루과이 등 8개국이 안보리에 긴급 회의를 개최해달라고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트럼프의 발표 직후 ‘외교적 질책’에 가까운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뉴욕에 위치한 유엔 본부에서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조처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평화 실현을 저해할 수 있다고 줄곧 말해왔다”며 “예루살렘은 당사자 쌍방의 직접 협상으로 풀어야 할 마지막 단계의 과제”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6일(현지시간) 바티칸 수요 일반 알현에서 예루살렘의 현재 상황을 존중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6일(현지시간) 바티칸 수요 일반 알현에서 예루살렘의 현재 상황을 존중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교황청

프란치스코 교황은 유엔 결의안에 따라 이스라엘의 현 상황을 존중해야 한다고 줄곧 주장해왔다. 그는 6일 바티칸에서 열린 수요 일반 알현에서 성명을 내고 “최근 벌어지는 상황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수많은 갈등으로 이미 찢기고 상처입은 세계에 새로운 긴장 요소를 더하는 모든 시도를 막아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바티칸은 팔레스타인의 곤경에 오랜 공감을 표시해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4년 성지를 방문했으나 요르단에서 팔레스타인으로 직행해 이스라엘의 반발을 샀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와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영토를 방문한 바 있다. 바티칸은 1994년 이스라엘과 정식 외교관계를 체결했다.

■아시아

아시아 국가들도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중국 겅솽(耿爽) 외교부 대변인은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인정해달라는 팔레스타인의 입장에 지지 의사를 밝혔다. 그는 “예루살렘은 복잡하고 민감한 이슈”라며 “지역적 긴장을 고조하는 모든 행위에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호주의 외무장관 줄리 비숍은 지난 6일(현지시간)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이번 결정이 역내 긴장을 고조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호주 정부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 평화를 유지하는 방법은 ‘두국가 해법’ 협상이라는 원칙을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텔 아비브에 있는 대사관을 이전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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