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서 언론인 상대 총격·폭행…위기의 파키스탄 언론

2021.06.01 16:15

파키스탄 언론인들이 위기에 처했다. 신원을 알 수 없는 사람들이 언론인을 상대로 총격을 가하거나, 집에 침입해 폭력을 휘두르고 있다. 범인은 잡히지 않고 오히려 이 문제를 제기한 언론인들이 직장을 잃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파키스탄의 방송국 지오뉴스TV에서 유명 정치 토크쇼를 진행하는 언론인 하미드 미르가 지난 31일 갑작스레 방송에서 하차했다. AP연합뉴스

파키스탄의 방송국 지오뉴스TV에서 유명 정치 토크쇼를 진행하는 언론인 하미드 미르가 지난 31일 갑작스레 방송에서 하차했다. AP연합뉴스

AP통신은 31일 파키스탄의 방송국 지오뉴스TV에서 유명 정치 토크쇼를 진행하던 언론인 하미드 미르가 갑작스레 하차했다고 보도했다.

그의 하차는 지난주 발생한 한 언론인에 대한 폭행 사건과 관련있다. 방송 프로듀서이자 유튜버인 아사드 알리 투르는 지난주 수도 이슬라마바드의 자택에 침입한 괴한 3명에게 폭행을 당했다. 투르는 알자지라에 “괴한 중 한 명이 자신이 파키스탄 정보부(ISI) 소속이라고 밝혔다”고 말했다. 하지만 ISI는 자신들과 무관한 사건이라고 선을 그었고, 신고를 받은 경찰은 범인을 잡지 못했다. 미르는 지난 25일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린 시위에 동료 언론인들과 함께 참석해 투르 사건과 관련 군부를 비난했다. 직후 그는 방송국 경영진으로부터 “시위에서 연설한 내용을 설명하거나 반박할 것”을 요청받았다. 이에 응하지 않자 정직 처분이 내려진 것이다.

2018년 크리켓 선수 출신인 임란 칸이 군부의 지원을 업고 총리에 오른 이후로, 파키스탄의 언론자유는 빠르게 후퇴하고 있다. 2018년부터 시작된 탄압으로 3000명의 언론인이 직장을 잃었다. 지난해 5월부터 올해 4월까지 언론인을 상대로 발생한 폭력 사건만 148건에 달한다. 지난 4월에는 언론인 압사르 알람이 이슬라마바드에서 발생한 신원미상자의 총격에 부상을 입었고, 지난해 7월에는 언론인 마티율라 얀이 경찰 제복을 입고 총을 든 사람들에게 납치됐다. 이에 국경없는기자회는 파키스탄을 기자가 일하기 가장 위험한 5개국 중 하나로 분류하고 있다.

이번에 방송에서 하차하게 된 미르 역시 2014년 카라치에서 발생한 암살 시도에 중상을 입은 바 있다. 그는 트위터에 “나는 앞서 두 차례나 활동이 정지된 바 있다. 암살 시도에서도 살아남았지만 헌법에 주어진 권리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것을 멈출 수는 없다”고 했다. 그는 현재 가족이 협박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의 동생은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언론 탄압을 위한 제도도 속속 마련되고 있다. 최근 파키스탄 정부는 ‘언론계엄령’이라 불리는 언론매체 감독을 강화하는 법령을 마련하고 있다. 현지매체 던은 칼럼에서 “언론을 통제하려는 정부의 시도는 노골적”이라며 “만약 그들이 성공한다면 파키스탄은 모든 면에서 권위주의로 돌아설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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