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시작된 이래 세계 인구 99%의 소득이 줄고 1억6000만명 이상이 빈곤층으로 전락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반면 세계 10대 부호들의 자산은 배로 늘어나며 소득 불평등이 한층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구호기구 옥스팜은 17일 세계경제포럼(WEF) ‘다보스 어젠다’ 주간을 맞아 코로나19 사태 이후의 소득 불평등을 분석한 ‘죽음을 부르는 불평등’(Inequality Kills)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세계보건기구(WHO)가 팬데믹을 선언한 2020년 3월부터 지난해 11월 말까지 세계 인구 99%의 소득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1억6000만명 이상은 빈곤층으로 전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새로운 억만장자들은 26시간마다 1명씩 늘어났으며, 세계 10대 부호의 자산은 7000억달러(약 833조원)에서 1조5000억달러(약 1786조원)로 두 배 이상 늘었다. 하루 13억달러(약 1조5000억원)씩 늘어난 셈이다. 가브리엘라 부커 옥스팜 총재는 “이들 10명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31억 인구보다 6배 많은 자산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팬데믹은 국가 간 불평등도 악화시켰다. 개발도상국들은 팬데믹에 따른 경제적 타격으로 부채가 늘어났고 사회적 지출도 제약받고 있다. 개도국의 코로나19 사망자 비율은 부유한 국가들의 약 2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옥스팜은 “(팬데믹으로) 한 세대 만에 처음으로 국가 간 불평등이 심화될 것”이라 예상했다.

성평등도 악화됐다. 옥스팜은 WEF 자료를 인용해 “팬데믹은 성평등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기간을 99년(2019년 기준)에서 135년으로 다시 늘려놨다”고 지적했다. 세계 여성의 수입은 2020년에 총 8000억달러(953조원)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이 있는 여성의 숫자도 2019년보다 1300만명 감소했다.

이처럼 극심한 계층·국가·성별 간 불평등은 약자들에게 일종의 폭력으로 작용했다고 옥스팜은 지적했다. 빈곤과 의료 접근성 부족, 성폭력, 기후 붕괴 등으로 전 세계에선 4초마다 1명씩 죽음에 내몰린 것으로 분석됐다. 보수적으로 잡아도 하루 사망자가 최소 2만1300명이다.

옥스팜은 극심한 불평등의 이면에는 강자들에게 유리한 각국의 정책적 선택들이 있었다고 비판했다. 팬데믹 경제 회복을 위해 저금리 정책을 내세우고 부양책을 동원했지만, 이는 주식 등 자산 가격을 상승시켜 억만장자의 주머니를 채웠다는 것이다. 부유층의 세금을 인상하지 않고 백신 등 공공재를 민영화하며, 기업들의 독점을 조장하는 정부들의 행태도 문제로 지목됐다.

이에 옥스팜은 최상위 부자들이 팬데믹 기간 벌어들인 수익에 세금을 부과해 보편적 의료와 사회적 보호, 기후변화 대응 등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10대 부자가 벌어들인 수익의 99%에 일회성 세금을 부과하면 전 세계 인구가 접종할 수 있는 백신을 만들고 80개국 이상에 보편적 의료·사회보호 서비스를 지원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