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국 기업, 러시아에 반도체 팔면 문 닫게 할 수도"…러 지원 견제 '레드라인' 구체화

2022.03.24 07:58 입력 2022.03.24 14:40 수정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처음으로 유럽 순방에 나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 도착해 영접 나온 알렉산더르 더크로 벨기에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브뤼셀|AP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처음으로 유럽 순방에 나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 도착해 영접 나온 알렉산더르 더크로 벨기에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브뤼셀|AP연합뉴스

지나 러몬드 미국 상무장관은 2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수출 통제 등 제재를 위반한 중국 기업들의 문을 닫게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중국이 서방의 제재에 직면한 러시아를 돕기 위해 수출 통제를 위반하거나 금지된 금융 거래를 하는지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을 향해 러시아를 지원하지 말라고 경고해온 조 바이든 정부가 중국이 넘지 말아야 할 ‘레드라인’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러몬드 장관이 인터뷰에서 중국 기업들이 미국의 기술을 이용해 생산한 반도체를 중국에 보낸다면 미국이 발표한 수출 통제를 엄격하게 집행해 해당 기업들의 문을 닫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미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해 수출 통제 조치를 단행하면서 해외직접제품규제(FDPR)를 동원했다. 미국뿐 아니라 외국 기업이 만든 제품이라도 미국이 통제 대상으로 정한 소프트웨어나 설계 등의 기술을 사용했다면 수출 통제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러몬드 장관은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반도체 칩을 생산하기 위해 미국의 소프트웨어에 의존하기 때문에 수출 통제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러몬드 장관은 “그들이 러시아에 반도체 칩을 팔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우리는 이 소프트웨어 사용을 금지함으로써 그들이 근본적으로 문을 닫게 할 수 있다”면서 “우리는 그렇게 할 만발의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러몬드 장관은 수출 통제를 위반할 경우 SMIC를 포함한 중국 반도체 업체들이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중국이 제재를 이행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과 우리 동맹들은 전례 없는 협력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중국은 미국이 강력하고 파트너들과의 협력 역시 더욱 강력하다는 점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정부는 중국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완화시키는 구명줄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우려를 갖고 있다. 역사상 러시아와 가장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중국은 지금까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공식 규탄하지 않고 있다. 중국이 러시아의 군사장비 및 경제적 지원을 해달라는 요청을 수락했다는 첩보를 미국 정부가 입수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러몬드 장관은 미국이 러시아에 대한 수출 통제 위반 행위를 시시각각으로 모니터링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기업들이 수출 통제를 위반했는지 묻는 질문에는 “아니다”라고 답했지만, 상무부는 조사나 집행 조치가 완료되기 전까지는 관련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설리번 보좌관도 이날 벨기에 브뤼셀로 이동하는 에어포스원에서 진행한 언론 브리핑에서 주요 7개국(G7)이 러시아가 중국이나 여타 나라의 도움으로 서방이 부과한 제재를 회피하지 못하도록 단합된 대응 방안을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미국 제재 집행기관은 중국이 러시아의 금융 결제를 도와주는지, 수출 통제 위반 시도를 하는지 면밀히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에 금지된 물품을 공급하는 중국 기업이 있는지 모니터링 하고 있다면서 미국은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할 수단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러몬드 장관이 밝힌 것처럼 수출 통제를 위반한 중국 기업들을 제재할 것이라고 경고한 것이다.

설리번 보좌관은 미국 정부가 이런 메시지를 중국에 전달했다면서 “유럽연합(EU)과 개별 유럽 국가들도 (중국과) 비슷한 의사소통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이것은 중국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고 모든 주요 경제에 적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4일 브뤼셀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EU 정상회의, G7 정상회의 등에 잇따라 참석한다. 이번 회의에서는 러시아에 대해 기존에 발표된 제재의 이행을 점검하고 추가 제재 방안이 발표될 예정이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장비 지원과 인도적 지원 방안 역시 주요 논의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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