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의 허술한 통신 보안···휴대전화 쓰다 우크라이나군에 감청당해

2022.03.28 17:21 입력 2022.03.28 17:22 수정

우크라이나 병사가 27일(현지시간) 수도 키이우 북서쪽 외곽 길가에 널브러진 러시아군 탱크 잔해 옆을 걸어가고 있다. 키이우|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병사가 27일(현지시간) 수도 키이우 북서쪽 외곽 길가에 널브러진 러시아군 탱크 잔해 옆을 걸어가고 있다. 키이우|로이터연합뉴스

기밀이 요구되는 군 통신에 휴대전화를 사용해 위치를 노출하는 등 러시아군의 통신 보안이 매우 허술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워싱턴포스트는 27일(현지시간) 전문가들을 인용해 “러시아군이 휴대전화처럼 보안이 안 되는 통신수단에 의존하는 빈도가 놀라울 만큼 높아 우크라이나군의 표적이 되고 있다”면서 “이는 러시아군의 기강 해이와 원거리에서의 장기간 전투 수행 준비 부족 그리고 우크라이나 통신 인프라 파괴의 결과”라고 보도했다.

러시아군은 통신 내용을 보호할 수 있는 현대화된 장비를 갖추고 있지만 병사들은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유럽 국가의 한 정보 당국자는 러시아 침공 이후 러시아 지휘관들이 부대 위치가 노출될 것을 우려해 부하들의 개인 휴대전화를 압수하는 경우가 여러 번 있었다고 말했다. 러시아 군인들이 우크라이나 민간인들의 휴대전화를 훔쳐 다른 군인들이나 러시아의 가족들과 통화하는 모습이 여러 차례 보고되기도 했다. 러시아군이 보안이 안 되는 회선을 자주 사용하다보니 아마추어 통신 애호가들이 대화 내용을 포착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 5일에는 러시아 군인이 암호명 대신 자신의 실제 이름을 썼다가 상대방의 질책을 받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는 러시아군에 대한 우크라이나군의 통신 교란 작전이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국방분석업체 제인스그룹의 러시아인 군사전문가 코스타스 티그코스는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우크라이나에 러시아군 지휘부의 교신을 교란할 수 있는 전자전 장비를 제공했다는 증거가 있다고 말했다. 티그코스는 우크라이나군이 이 장비들을 사용해 러시아의 통신 노드를 파괴함으로써 러시아군이 보안이 취약한 장비에 의존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대화 감청 및 위치 노출의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6일 뉴욕타임스는 두 명의 미군 관계자를 인용해 많은 러시아군 장성들이 보안이 안 된 전화를 이용하고 있으며 이 중 한 명은 우크라이나군의 감청으로 위치가 노출돼 공격을 받고 사망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러시아가 오랫동안 통신 하드웨어 개선 등 군 현대화에 공을 들였으나 전쟁 준비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는 유럽에서 러시아를 제외하고 가장 영토가 넓은데, 이처럼 넓은 지역에서 이동 기지국을 운영하고 감청을 피할 수 있도록 주파수를 수시로 바꾸는 러시아군의 역량에 한계가 있었다는 것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통신시설을 파괴해 제 발등을 찍었다는 분석도 있다. 티그코스는 워싱턴포스트에 러시아제 통신장치는 셀룰러 네트워크를 사용하는데 러시아군의 폭격으로 통신탑이 파괴되면서 러시아군의 통신 보안이 취약해졌다고 말했다.

해군분석센터의 러시아인 군사 전문가 샘 벤데트는 러시아군 지휘부의 전투 경험을 원인으로 꼽았다. 과거 시리아 내전 당시 감청 위험 없이 휴대전화를 자유롭게 사용한 경험 탓에 우크라이나군을 과소평가했다가 대가를 치르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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