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나가는 이스라엘 극우장관 “팔레스타인 마을 없애버려야”…미 국무부 “혐오스럽다” 비판

2023.03.02 10:59 입력 2023.03.02 13:05 수정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왼쪽)와 베잘렐 스모트리히 이스라엘 재무부 장관(가운데).   로이터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왼쪽)와 베잘렐 스모트리히 이스라엘 재무부 장관(가운데). 로이터연합뉴스

극우 성향의 이스라엘 장관이 “팔레스타인 마을을 없애버려야 한다”며 막말을 쏟아내자, 미국이 즉각 비판에 나섰다. 그간 이스라엘 극우 정권의 행보에 우려를 표해온 미국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 발언을 거부할 것을 요구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1일(현지시간) 하레츠·CNN·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베잘렐 스모트리히 이스라엘 재무부 장관은 이날 이스라엘 경제지 <더 마커>가 주최한 콘퍼런스에서 요르단강 서안지구에 있는 팔레스타인 마을 후와라에서 벌어진 폭력 사건을 언급하며 “마을을 없애버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신은 개인이 이것(마을을 없애는 것)을 하는 것은 금지하기 때문에 (국가인) 이스라엘이 그렇게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지난달 26일 나블루스 인근 후와라 등에서 유대인 정착촌 주민들이 팔레스타인 주민 거주지에 총격을 가하고 주택과 차량에 불을 질러 1명이 사망하고 350여명이 다친 사건을 두고 망언을 쏟아낸 것이다.

미국은 즉각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국무부 브리핑에서 스모트리히 장관의 발언에 대해 “불쾌하고 혐오스러우며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우리가 팔레스타인의 폭력 선동을 비난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폭력 선동에 해당하는 (이스라엘의) 도발적인 언사를 비난한다”고 말했다.

또 네타냐후 총리와 정부 주요 인사들이 스모트리히 장관의 발언을 공개적으로 명백하게 부인할 것을 요구했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이 이례적으로 정면 비판에 나선 것은 요르단강 서안에서의 폭력사태가 고조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국제사회의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미국이 네타냐후 정권을 압박하고 나섰다”고 전했다.

후와라 유혈사태는 앞서 지난 26일 후와라 인근에서 이스라엘인 형제 힐렐 야니브(22)와 야겔 야니브(20)가 괴한의 총격으로 살해된 것에 대한 보복이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폭동을 막기는커녕 오히려 유대인들의 공격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유혈 사태는 최근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지난달 27일에는 예리코 인근 고속도로에서 이스라엘계 미국인 남성이 총에 맞아 사망했다. 이날 이스라엘군은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추정되는 팔레스타인인 1명을 사살하고 6명을 체포했다. 올해 들어서만 이스라엘군의 작전 과정에서 62명의 팔레스타인 주민이 사망했다.

현재 요르단강 서안지구에는 약 290만명의 팔레스타인인과 약 47만5000명의 유대인 정착민이 살고 있다. 유대인 정착민은 국제법상 불법으로 간주되는 국가 승인 정착촌에 살고 있다. 이스라엘은 1967년 3차 중동 전쟁에서 요르단강 서안을 점령한 이후 132개의 정착촌을 설립하거나 승인했다. 국제사회 대부분은 이스라엘의 서안지구 점령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무력으로 점령한 곳에 정착촌을 짓고 자국민을 이주시키는 것은 제네바 협정 위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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