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해서 써야 할 교육통계

2018.03.05 21:04 입력 2018.03.05 21:05 수정

유명한 경제학 우스개 이야기 중에서 이런 것이 있다. 수학자, 회계사, 경제학자를 불러 놓고 채용시험을 보게 되었다.

[학교의 안과 밖]조심해서 써야 할 교육통계

먼저 수학자에게 물었다. “2 더하기 2는 얼마입니까?” “4입니다.” “정말 4가 맞습니까?” “당연히 4입니다.” 수학자는 조금의 미동도 없이 단호하게 대답했다. 다음으로 회계사를 불러서 물었더니 역시 4라고 대답했다.

마지막으로 경제학자를 불러서 같은 질문을 했더니 그 경제학자가 갑자기 일어나서 면접실의 문을 닫아걸고, 창문을 블라인드로 가리고 면접관에게 가까이 다가와서 귓속으로 이렇게 말했다. “몇이기를 바라십니까?”

물론 이 우스개는 경제학자들이 미리 만들어진 결론을 통계 수치를 이용해서 합리화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보통 통계는 어떤 일의 핵심을 파악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도구로 사용되지만 또 어떻게 사용되느냐에 따라서 사람을 속이는 데도 아주 효과적일 수 있다.

얼마 전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학부모의 80%가 학생부종합전형을 반대하는데 교사들은 80%가 찬성한다”고 발언해서 논란이 되었다.

이 발언의 근거가 된 것으로 보이는 자료는 국민의당 송기석 전 의원이 지난해 6월19일부터 21일까지 16세부터 69세 이하의 성인 남녀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였다. 이 통계자료를 근거로 송 전 의원은 대입제도 개선방향에 교육전문가, 교원, 대학 측의 요구만 반영할 것이 아니라 학부모와 일반 국민의 인식과 요구를 더욱 중요하게 반영하여 수능 정시전형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그러나 이 조사는 분명히 문제가 있었다. 조사 대상이 16세에서 69세까지의 광범위한 연령대의 성인 남녀들이었기 때문에 학종 제도에 대한 제대로 된 경험이나 이해 없이 단순한 인상비평 차원의 답을 했을 가능성이 아주 높았다. 결국 수능 확대라는 결론을 위해서 교육전문가들이자 책임자들인 교사들의 80% 찬성 의견을 무시하고 교육정책을 여론에 의존하자는 포퓰리즘 주장을 한 것이었다.

중병에 걸린 환자를 의사의 판단이 아닌 가족들의 의견에 따라 치료하자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이와는 다른 통계도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최근 발표한 ‘교육여론조사’ 결과에서는 대입전형에서 가장 많이 반영돼야 할 항목으로 응답자의 26.7%가 ‘특기·적성’을 꼽았다. 다음으로 인성·봉사활동(25.9%), 수능 성적(24.4%), 고교 내신 성적(13.0%), 글쓰기·논술(4.3%), 면접(2.5%), 동아리활동 등 교내활동(2.5%), 경시대회 등 수상실적(0.5%), 기타(0.5%) 순이었다.

이 결과에 따르면 국민들이 선호한 입시 평가요소 1·2위인 적성과 인성 부분은 학종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평가요소이기 때문에 앞서 조 교육감이 언급했던 국민의 80%가 반대했다는 것은 결국 학종이라는 제도를 잘 모르고 응답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조 교육감이 교사나 교육전문가들의 논의가 아닌 일반 여론조사에 기반을 둬서 입시개혁을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 통계를 언급한 것은 아니었기를 바라지만, 조만간 있을 선거를 앞두고 포퓰리즘에 기대어 선거 전략을 짜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교육대통령이라고도 하는 서울시교육감은 ‘교육’을 다루는 자리다. 교육을 저잣거리에 내놓고 흥정해 팔지는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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