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기업 노조파괴 관여’ 현대차 임직원에 징역형 선고

2019.08.22 14:39 입력 2019.08.24 22:41 수정

부품사인 유성기업 노조파괴에 관여한 현대자동차 임직원이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원청 대기업 임직원이 하청 노조활동에 지배·개입(부당노동행위)해 징역형을 선고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전지법 천안지원 형사3단독은 22일 유성기업의 노조파괴에 관여한 혐의(노조법 위반)로 기소된 현대차 최재현씨(현대차 구매본부 구동부품개발실 실장)에게 징역 1년·집행유예 2년을, 황승필씨(현대차 엔진부품개발팀장)·강규원씨(현대차 엔진부품개발팀 차장)에게 징역 8월·집행유예 2년을, 권우철씨(현대차 엔진부품개발팀 대리)에게 징역 6월·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유성범대위 회원들이 2017년 5월24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앞에서 ‘유성기업 노조파괴 사건’의 공소장을 입수해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유성범대위 회원들이 2017년 5월24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앞에서 ‘유성기업 노조파괴 사건’의 공소장을 입수해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앞서 대전지방검찰청 천안지청은 2017년 5월 노조법 위반 혐의로 이들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당시 검찰 공소장을 보면 최씨 등 현대차 직원들은 2011년 7월 유성기업에 제2노조가 설립된 이후, 그해 9월부터 2012년 2월까지 유성기업 사측으로부터 노조 운영 상황을 수시로 보고받았다. 현대차는 유성기업에 제2노조 조합원 확대 목표치까지 제시하면서 금속노조 파괴에 관여했다. 최 실장은 제2노조 조합원 가입 속도가 더디자 2011년 9월 부하 직원에게 “신규노조 가입인원이 최근 1주일간 1명도 없는데 어떠한 활동을 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점검하고, 9월20일까지 220명, 9월30일 250명, 10월10일 290명 목표를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1명도 없는 이유가 무엇인지 강하게 전달하라”고 지시했다. 강씨는 이를 유성기업 영업담당 이사에게 전달했다.

또 황씨·강씨 등은 2011년 9월22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 10층 회의실에서 유성기업·창조컨설팅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관련 회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 해 10월8일 유성기업은 “2012년 12월31일까지 유성노조 조합원수가 (총원의) 80%이상을 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취지의 자료를 현대차에 제출했다. 현대차 같은 대기업 원청업체가 부품 협력업체의 노조파괴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당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지금까지 현대차는 “유성기업에 부당노동행위를 지시·공모한 사실이 없다”며 “안정적으로 부품공급을 받기 위해 이를 확인하는 차원에서 유성기업 측 자료를 받아본 것에 불과하다”고 해명해왔다.

2011년 11월 1일 유성기업 간부가 심종두 창조컨설팅 대표에게 보낸 e메일. 현대차가 유성노조(기업노조) 신규가입자를 70~80% 선까지 확보하라고 강요한다는 내용이다. |금속노조 제공

2011년 11월 1일 유성기업 간부가 심종두 창조컨설팅 대표에게 보낸 e메일. 현대차가 유성노조(기업노조) 신규가입자를 70~80% 선까지 확보하라고 강요한다는 내용이다. |금속노조 제공

금속노조 유성지회는 이날 판결 뒤 성명을 내고 “법을 우롱한 낮은 형량은 어처구니 없을 뿐 아니라 사법부의 친재벌 성향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며 “법원은 실형을 내려야 하는 명백한 사건에 대해 모두 집행유예를 내렸다”고 밝혔다.

징역형을 선고받은 현대차 임직원들은 “유성기업 노사관계에 관여하고자 한 것이 아니라 결품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유성기업이 제공한 생산 안정화 계획 등을 살펴본 것일 뿐”이라며 “판결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항소해서 충분히 소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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