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과 주정·주류업계 ‘밀착’

2011.07.04 03:12

주정판매·주류협회 임원 상당수 국세청 출신

사무실도 전·현직 모임 ‘세우회’ 건물에 입주

서울시 관악구 남현동에 있는 지하 2층·지상 6층 규모의 ㄷ회관. 전·현직 국세청 직원 모임인 세우회(稅友會)가 주인인 이 건물에는 주정·주류 관련 업체와 협회가 대거 입주해 있다.

주정(술의 직접 원료가 되는 에탄올)을 주류회사에 납품하는 대한주정판매(3층), 주정·주류업체 26개사를 회원으로 둔 한국주류산업협회(5~6층) 등이 이곳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주세행정 지원 및 정책 개발을 위해 설립된 한국주류연구원도 이곳 4층에 있다. 주정·주류업체가 국세청의 관리감독 대상인 점을 감안하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세청과 주정·주류업계 ‘밀착’

주정·주류 관련 법인 대표와 이사 중 상당수는 국세청 출신 인사들이 차지하고 있다. 대한주정판매 대표는 김영근 전 대전국세청장, 이사와 감사는 이성호 전 남양주세무서장과 김영국 전 중부국세청 조사1국 2과장이다. 한국주류산업협회는 김남문 전 국세청 법인납세국장이 대표, 김성준 전 대구국세청 세원관리국장이 이사를 맡고 있다. 김남문 전 국장은 한국주류연구원 원장을 겸임하고 있다.

대한주정판매는 주정 판매를 독과점하는 업체들이 공동 출자해 세운 법인이다. 진로발효 17.48%, 서영주정 10.15%, 풍국주정 9.4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2010년 12월 감사보고서에 나와 있다. 한국주류산업협회는 김종식 진로발효 대표, 김일우 서영주정 대표, 이한용 풍국주정 대표, 김동구 금복주 대표가 등기이사다.

한상률 전 국세청장은 미국 체류 중 주정업체로부터 매달 150만원씩 총 6900만원 상당의 자문료를 받았다. 검찰은 2009년 5월~2011년 3월 진로발효에서 3300만원, 서영주정과 풍국주정에서 각각 1800만원을 받은 혐의(뇌물수수 공범)로 한 전 청장을 기소했다. 진로발효와 풍국주정에는 국세청에서 퇴직한 인사들이 임원으로 재취업해 있다. 성희웅 전 대구국세청장과 이명래 전 광주국세청장이 이사로 등재돼 있다.

김성준 한국주류산업협회 이사는 “술 판매는 국민 건강과 직결돼 외국에서는 주정 판매가 대부분 전매제로 실시된다”며 “주정 원료가 되는 쌀과 보리의 생산은 국가의 곡가정책과도 맞물려 돌아가기 때문에 양측(업체와 국세청)이 다소 가깝게 지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세청이 사실상 이들 업체의 생살여탈권을 쥐고 있는 만큼 이른바 ‘전관예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세청은 주정·주류 제조 및 판매와 관련해 면허 허가와 취소 권한을 행사한다. 연간 주정 생산량, 출고와 판매가격도 지정한다.

자연히 뇌물성 불법 자문계약이 많지만 한국주류산업협회나 국세청은 실태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한상률 전 청장은 2009년 4월 당시 소비세과장이던 구모씨를 통해 자문계약을 맺었다. 김성준 이사는 “자문료 지급은 개별기업의 문제로 협회가 간섭할 수 없다. 업체 대표를 제외하고 월급 사장도 이 같은 지급내역을 잘 모른다”고 말했다. 국세청 관계자도 “기업과 개인 간의 거래에 대해서는 파악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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