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당신 지역구에 먼저 배치하시라

2016.02.10 15:01 입력 2016.02.11 10:27 수정
김종대 디펜스21 편집장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가 한국에 배치된다면 주한미군이 북한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최근 논의를 종합해 볼 때 사드 포대가 들어올 대상 부지는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지역구인 대구나 원유철 현 원내대표의 지역구인 평택, 또는 김무성 대표의 인근 지역구인 부산 기장군이 될 가능성이 높다. 공교롭게도 현재 새누리당에서 사드 배치에 가장 적극적인 세 인물들이다. 이들이 정말로 한국의 안보를 위한 진정성에서 사드 도입을 주장한 것이라면 자신의 지역구에 있는 미군 기지에 사드가 배치되어도 “상관없다”는 입장부터 밝혀야 한다. 만일 지역구민들이 사드가 들어오는 걸 반대한다면 자신의 정치생명을 걸고 주민을 설득하겠다고 나서야 한다. 그 정도는 돼야 작금의 사드 배치론이 선거용 정략이 아니라 국가안보를 위한 전략이라는 진정성이 의심받지 않을 것이다. 북한의 로켓 발사 이후 박근혜 정부의 사드 배치에 대한 다급한 호흡을 감안한다면 다가올 총선 이전에 이들은 자신의 지역구에 사드를 배치하는 문제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그럴 용기도 없이 사드 배치를 주장해 왔다면 실망이다.

[시론]사드, 당신 지역구에 먼저 배치하시라

사드 요격체계에는 송수신 소자 2만5000개에서 강력한 출력의 극초단파가 나오는데 주변 2.5~5.5㎞ 이내의 항공기와 차량의 전자장치를 무력화한다. 구체적으로 밝혀진 바는 없으나 인체에도 매우 치명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본다. 1991년 걸프전(1차 이라크전)이 끝나고 미군 수만명이 이유를 알 수 없는 전쟁후유증으로 우울증과 같은 증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그중에서 공군 조종사들의 심리상태가 불안한 이유가 F-16 전투기의 전자교란장비(ASPJ)에서 나오는 전자파로 인한 영향일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그 외에도 열화우라늄탄에서 나오는 미량의 방사선 때문일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지만 군사장비에서 나오는 전자파 피해가 가장 유력한 원인이라는 데 대체로 의견이 모아졌다.

사드는 걸프전에서 어떤 무기체계와도 비견되지 않는 강력한 전자파를 발생시켰다. 적어도 사드 레이더 전방 5㎞는 평지로 장애물을 만들지 말아야 하고, 사드 기지 부근에는 출입도 엄격하게 통제되어야 한다. 만일 대도시 주변에 사드가 배치된다면 아예 도시 계획 자체를 바꿔야 한다. 이 때문에 사드가 기존 미군기지가 아닌 제3의 장소에 설치될 수 있다고 군 관계자들이 밝히며 대도시 인근을 피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그렇다면 약 50만 제곱미터에 달하는 미군기지 하나가 새로 만들어져야 하고 그보다 더 넓은 주변 지역이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추가 지정되어야 한다. 어떤 방식이 되었든 부지선정 문제로 한바탕 소란이 벌어질 것은 자명하다. 그때 새누리당 전·현직 지도부 세 명이 과연 자신의 지역구에 사드를 배치하겠다고 선뜻 나올 것인가?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다. 이들은 한반도에 사드 배치를 강력히 주장하지만 “내 지역구는 빼고”라는 단서를 이미 달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저간의 사정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박근혜 대통령 임기 중에 미군의 사드 포대가 한국에서 정상적으로 임무 수행을 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결국 이후 뒤처리를 다음 대통령에게 떠넘기고 이 정부는 편하게 임기를 마치면 된다. 북한이 한국의 미사일방어 역량을 면밀히 관찰한 다음에 수도권을 위협하는 저고도 단거리 미사일을 증강해버리면 사드의 고고도 방어 역량은 아무런 효과도 없다. 북한이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남한의 방어능력 밖에서 위협을 가할 수 있는데 굳이 고고도 미사일로 한국을 위협해야만 할 특별한 이유가 없다. 북한의 미사일 체계가 완성되기도 전에 우리가 먼저 방어개념을 확정해버리면 북한은 그걸 보고 전략을 바꿀 수 있는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된다. 군사전략이란 이처럼 유연한 것인데 사드가 대한민국 안보에 결정적 기여를 할 것이라는 경직된 믿음은 오히려 한국 안보에 자산이 아니라 짐이 될 것이다. 그래도 지금 바로 사드 배치를 결정하고 싶다면 새누리당 지도부는 자신의 지역구에 먼저 배치하겠다는 용기부터 보여줄 일이다.

<김종대 | 디펜스21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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