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 행사에서 한국 기자들이 중국 경호원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했다. 대통령을 수행하는 기자단이 국빈방문 도중 폭행을 당한 것은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14일 오전 10시50분쯤 베이징 국가회의중심 B홀에서 열린 ‘한·중 경제·무역 파트너십’ 개막식장에서 연설과 타징 행사를 마치고 개막식장 뒤편에 있는 한국 기업부스를 돌아봤다. 오전 10시56분쯤 문 대통령이 맞은편 한·중 스타트업 부스가 있는 홀 쪽으로 이동하는 도중 중국 경호원들이 한국 기자들을 제지해 문 대통령과 경호원들만 개막식장을 빠져나갔다.

한국 취재기자들이 취재를 해야 한다고 항의하는 과정에서 중국 경호원들이 ㄱ기자의 멱살을 잡아 뒤로 넘어뜨렸다. 이 장면을 기자들이 촬영하려고 하자 중국 경호원들이 달려들어 카메라를 빼앗아 던지려 해 양측의 몸싸움이 벌어졌다.

오전 11시쯤 기자들은 문 대통령이 있는 홀 쪽으로 이동했지만 입구에서 다른 중국 경호원들의 제지를 받았다. 취재 허가증인 ‘비표’를 보여줘도 계속 제지하자 다시 언쟁이 벌어졌고 중국 경호원 10여명은 ㄴ기자를 복도로 끌고 나가 주먹과 발로 집단 구타하기 시작했다.

춘추관 관계자들과 한국 기자들이 뜯어말렸지만 소용이 없었다. 춘추관 ㄷ국장이 “우리 경호 어디 갔습니까”, “한국 경호 와주세요” 3~4번 큰 소리로 외쳤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다. 보다못해 직접 말리는 ㄷ국장도 중국 경호원들이 뒷덜미를 잡아 넘어뜨렸다. 춘추관 ㄹ국장도 말리려 했지만 거친 몸싸움에 속수무책이었다. 한 중국 경호원은 바닥에 엎어져 있는 ㄴ기자의 얼굴을 발로 차서 강타했다. ㄴ기자는 오른쪽 눈이 심하게 부어오르고 코피를 흘렸다.

문 대통령은 스타트업 홀에서 오전 11시9분쯤 나왔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뒤늦게 상황을 보고받고 현장으로 달려와 폭행당한 기자들이 대통령 의료진에게 치료받도록 조치했다. 이후 윤 수석은 더 이상 취재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판단해 최소 인원만 남기고 철수했다. 폭행당한 기자들은 오후 1시3분쯤 댜오위타이 의무실로 이송돼 1차 치료를 받았다. 청와대 의무대장은 “큰 병원으로 옮겨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김동연 기획재정부 장관 등 청와대 관계자와 외교부 관계자들도 뒤늦게 현장으로 와 상황을 파악했다. 해당 중국 경호원들은 행사 주최인 코트라와 계약된 사설 보안업체 소속 직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폭행 사건은 예상된 사달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의 방중 기간 내내 중국 측과 협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번번이 중국 경호원에 막힌 한국 기자들은 문 대통령의 말을 제대로 들을 수가 없었다. 비협조적인 일정을 소화하면서 한국 기자들과 중국 경호팀 사이 험악한 분위기가 계속됐다. 전날인 13일 춘추관 ㄷ국장이 청와대 경호팀에 “물리적 충돌 징후가 계속 보이니 신경써 달라”라고 수차례 말했지만 청와대 경호팀은 “중국 경호팀이 매우 협조적”이라는 대답만 되풀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오늘 우리 측 기자가 취재과정에서 부상을 입은 불상사가 발생한 데 대해 대단히 유감으로 생각한다”라며 “정부는 중국 정부에 즉각 유감의 뜻을 전하고 사건 진상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필요한 대응조치를 취해줄 것을 강력 요청했다”라고 말했다.

한국사진기자협회는 이날 성명을 발표해 “대한민국 국민의 알권리를 대표해 취재 중인 기자들의 취재를 방해하고 집단 폭행한 것은 대한민국을 폭행한 것과 다름없다”라며 “양국의 우호증진을 위해 국빈 방문한 대통령과 함께 온 한국 취재진을 이렇게 함부로 대해도 된다는 생각은 어디서 유래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라고 비판했다. 협회는 “손님을 불러놓고 자기 집 안방에서 폭행하는 것이 중국식 예법인가”라며 “중국 정부는 이 사건에 대해 즉각 사과하고 관련자를 처벌하라”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