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세요?

동막골의 순진한 아저씨 유승목

2005.08.18 16:05

“뭔 사람이 아는 체를 그리 해요? 낯짝에 짝대기는 들이대고….”

[누구세요?]동막골의 순진한 아저씨 유승목

“학교 공연행사 때 저보다도 못했던 친구가 연극영화과엘 가겠다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그게 뭐하는 데냐고 물으니까 배우 되는 곳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가야겠다고 마음먹었죠.”

고교시절 막연하게 영화배우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게 그의 연기생활 시초. ‘달수’처럼 순진하다. 그러나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지원한 연극영화과에 낙방, 재수해서 다른 전공으로 대학에 들어갔다. 연극반 활동을 하면서 조금씩 연기를 알게 됐고 2학년 때인 1990년, 극단 가교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무대에 서기 시작했다. ‘주인 푼틸라와 하인 마티’에서 단역을 맡아 처음 프로무대에 선 이래 ‘광인들의 축제’에서 변태성욕자로 나오는 등 대학로에서 눈에 띄는 연기를 보여줬다. 연기공부를 제대로 하고 싶어 결국 나이 서른에 단국대 연극영화과에 편입학했다.

대학로에서 잔뼈가 굵은 몸이지만 장편영화에는 2002년 ‘굳세어라 금순아’에 출연한 게 처음이다. 이듬해 인터넷에서 ‘살인의 추억’ 오디션 공고를 발견했지만 이미 모집기간이 지나 있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지원서를 내밀었던 것이 봉준호 감독과 인연을 맺고 대중에게 자신을 알리게 된 계기가 됐다. 인상 깊었던 뿔테안경은 당시 분장팀장이 러시아 유학때 쓰던 것을 가져온 것이라고.

요즘은 11월 개봉예정인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주연 문소리·지진희)에서 비중 있는 배역을 맡아 촬영에 한창이다. 주관은 뚜렷하지만 융통성은 없는, 그래서 짝사랑하는 여교수에게도 늘 퇴짜만 맞는 초등학교 선생님 역이다. 왠지 어울릴 것 같다. 여교수에게 능청맞게 질척거리는 이번 역할을 잘 소화해내면 ‘감초 연기자’를 넘어서 개성과 연기력을 갖춘 영화배우로 대중 사이에 확실히 인식될지도 모를 일이다.

개봉을 앞둔 다른 작품들에서도 그의 얼굴은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봉준호 감독은 신작 ‘괴물’에서 택시기사 역할을 그에게 부탁했다. ‘외출’에서는 배우자의 교통사고 소식을 듣고 달려오는 배용준과 손예진에게 환자의 상태를 설명해주는 의사로 나온다. 얼핏 지나치기 쉬운 유승목의 얼굴을 찾아 그의 연기를 확인해보는 것도 이들 작품을 보는 또다른 재미가 될 것 같다.

〈송형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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