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해도 너무한 이 대통령의 막무가내 인사

2008.08.05 22:55

이명박 대통령이 국정난맥에 책임을 물어 경질했던 김중수 전 대통령 경제수석과 최중경 전 기획재정부 1차관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대사로 내정했다. 그것도 길게는 경질을 한 지 1개월 반, 짧게는 1개월도 되지 않아 다시 중용한 것이다. 이 대통령이 한동안 ‘고소영 인사’ ‘강부자 인사’ ‘보은 인사’로 국민을 실망시키더니, 이제는 국정 실패의 주역들을 바로 다른 자리로 옮기는 막무가내식 인사로 허탈감마저 느끼게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개각을 앞두고 가진 특별기자회견에서 “정부가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소홀했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반성의 뜻을 나타냈다. 심지어 그는 “광화문 일대가 촛불로 밝혀졌던 그 밤에 저는 청와대 뒷산에 올라가 끝없이 이어진 촛불을 바라봤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인사는 대통령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갖게 한다. 자신이 경질한 인사들을, 그것도 대국민 사과의 여음이 국민의 귀에서 채 사라지기도 전에 어떻게 복귀시킬 수 있는가. 경질도 거짓이었고 사과도 거짓이었다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 대통령의 이번 인사는 국민을 기만한 처사다.

전임 노무현 정권도 인사로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 노 전 대통령이 낙천인사와 낙선인사들을 내각 또는 공기업 책임자에 임명하자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은 노 정권의 인사를 ‘회전문 인사’ ‘돌려막기 인사’ ‘코드 인사’ 등으로 비판했다. 이 대통령의 이번 인사는 최소한의 자숙 기간도 주지 않고 바로 경질 공직자들을 복귀시켰다는 점에서 그보다 질이 더욱 나쁘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다. 누구나 아는 얘기다. 이 대통령도 후보 시절 인사의 중요성을 수도 없이 강조한 바 있다. 그럼에도 대통령이 인사를 할 때마다 파문이 이는 것은 무슨 연유인가. 국민의 눈에 대통령이 국정 수행보다는 자신의 개인적 인연을 바탕으로 불도저식으로 인사를 하고 있다고 비치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이들 공직자의 능력을 얘기하지만 설득력이 없다. 이 대통령은 진정 대통령을 걱정하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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