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가 죄인”… 굶주려 숨진 최고은 작가 추모 열기

2011.02.09 21:46 입력 2011.02.09 23:14 수정

“창피하지만 남는 밥·김치 있으면 주세요” 마지막 쪽지

굶주림과 지병에 시달리다 숨진 채 발견된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씨(32)에 대한 추모 열기가 확산되고 있다.

배우 엄지원씨는 9일 자신의 트위터에 “재능보다 큰 운으로 밥 걱정 없이 사는 내가 참으로 초라해지는 밤입니다. 고인의 죽음이 남긴 메시지 잊지 않겠습니다.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찾을게요”라고 적었다. 소설가 공지영씨도 트위터를 통해 “최고은씨의 영전에 명복을 빕니다. 이 사회의 안전망 없음에 다시 한번 절망합니다”라고 개탄했고, 문화평론가 진중권씨는 “영화인들이 나서 이 문제를 사회적 공론화 좀 했으면 합니다”라고 말했다.

지난 8일 최씨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뒤 그의 미니홈피에는 수천명이 방문해 고인을 애도했다. 최씨가 2006년 직접 쓰고 연출한 단편 <격정소나타>에 대한 관심도 급증해 9일까지 해당 영화에 대한 조회수가 2만건을 넘었다. 최씨 선후배들은 <격정소나타> 상영회와 시나리오 읽기 행사 등을 열고 있다.

한국영화산업노동조합은 9일 성명을 통해 “최고은 작가의 죽음은 영화산업 시스템의 문제로 명백한 타살”이라며 “영화 스태프들은 2009년 연평균 소득이 623만원으로 최저생계비에 턱없이 모자란다. 영화인에 대한 실업부조제도가 현실화되었다면 작금의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씨는 지난달 29일 경기 안양시 석수동의 월셋방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죽기 전 이웃 송모씨(50)의 방 앞에 “창피하지만 며칠째 아무것도 못 먹어서 남는 밥이랑 김치가 있으면 저희 집 문 좀 두들겨주세요”란 쪽지를 남겼다. 월세는 몇 달째 밀렸고 가스도 끊겨 있었다. 경찰은 갑상선기능항진증과 췌장염을 앓던 최씨가 며칠 동안 굶은 상태에서 치료받지 못해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2007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화과를 졸업한 최씨는 제작사와 여러 차례 시나리오 계약을 맺었지만 제작까지 이어지지 못해 생활고에 시달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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